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친구와 화해하는 법 (텐아시아)

친구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감정을 공유할 것.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근무하는 교사 나오키(쿠사나기 츠요시)는 지금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백자가 100년 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거라며 눈을 빛낸다. 그리고 양반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남사당패 순우(차승원)는 이방인이 알아준 가치에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졌다. 국적과 지위고하를 떠나 이들은 친구가 됐다. 대석(김응수)과 키요히코(카가와 테루유키)는 과거 남사당패에 대한 기억을, 베니코(마부치 에리카)와 키노시타(아오키 무네타카)는 홀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공유하며 관계를 다져간다. 그러던 중 나오키와 순우는 남사당패에서 벌어진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마찰을 빚는다. “의형제”를 맺었으나 그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나와 너의 상처를 핥다 7
이 작품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정의신은 그동안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일본 바닥의 역사를 연극으로 기록해왔다. 그의 주특기는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대표되는 재일한국인. 일본과 조선을 배경으로 한 두 작품 모두 이방인의 고단한 삶을 그리지만,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이야기의 시선을 넓히고 좀 더 직접적인 역사적 팩트를 끌어들였다.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줬으나 괄시의 대상이었던 남사당패는 물론, 일본이 조선에 행한 토지조사사업과 대규모 학살, 그로인한 분노를 탈영과 범죄로 대응한 일본인까지. 한국인인 동시에 일본인이었던 그는 키요히코를 통해 자신이 무력한 방관자였음을 고백하고, 일본을 향해 냉정한 칼을 들이민다. 하지만 여기서 정의신은 세상이 변한다고 쉽게 얘기하는 대신, 조선을 옹호하다 학교에서 쫓겨난 나오키의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여정을 살아내는 것뿐임을 담담히 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극은 나오키의 모델이 된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타국을 깊이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교와 예술의 내면적 이해”라는 말을 인용하기라도 하듯 일본인에게 생소한 남사당패와 한국인에게 낯선 일본식 만담을 무대에 올렸다. 흥을 돋우는 풍물 소리와 슬랩스틱 코미디로 서로 다른 두 관객이 비로소 같이 울고 함께 웃는다. 윌러엄 브레이크 시의 한 구절을 따온 제목, 대석을 향한 키요히코의 뒤늦은 외침, 순우와 나오키의 화해는 정의신이 던지는 빛나는 내일이다. 공연은 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