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전과] chapter.1 <캣츠> (텐아시아)

단원의 특징 ① 1981년 5월 11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곡을 붙였고, 의인화된 고양이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② 싱그러운 젊음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늙고 지친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Memory’는 전 세계 170여 명의 가수들에 의해 600회 이상 녹음되었다. ③ 2011년 현재 샤롯데시어터에서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 에녹, 정민, 홍경수 등이 참여해 12월 31일까지 공연된다. 특히 인순이는 1989년 초대 그리자벨라였던 윤복희로부터 제안 받은 지 22년만에 진짜 ‘잿빛(Grizzle)의 아름다운 여인(Belle)’이 되어 무대에 섰다.
노래를 불러봅시다: ‘Memory’
뮤지컬 <캣츠>를 대표하는 넘버. 런던 초연 그리자벨라 일레인 페이지를 비롯해, 플라시도 도밍고, 사라 브라이트만 등 많은 이들의 목소리로 불려졌고, 피겨스케이터 아사다 마오는 ‘Memory’로 프로그램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리자벨라와 ‘Memory’는 <캣츠>를 대표하는 캐릭터와 넘버지만, 사실 그리자벨라가 무대에 체류하는 시간은 2시간 30분 중 단 15분뿐이고, ‘Memory’의 등장은 다소 심심하기까지 하다. 1막 엔딩에 등장하는 이 곡은 대극장뮤지컬에서 주로 쓰이는 소위 ‘질러주는’ 엔딩곡들과는 달리,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듯 속삭이는 목소리로 담담히 흐른다. 이는 철저히 극의 상황에 맞춘 선택인데, 고양이들의 외면 속에서 처음으로 말문을 연 그리자벨라의 감정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는 점, 그리고 3단계에 걸쳐 한 곡으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인순이가 “미칠 것 같다”는 고충을 털어놓을만하다. 특히 윤복희는 다른 작품에서 척추가 내려앉은 부상을 입고 오른쪽이 마비된 상태로 공연을 이어갔는데, “늙고 병든 그리자벨라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숫자를 세어 봅시다: 31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수. <캣츠>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서 1년에 한 번씩 환생할 단 한 마리의 고양이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코러스라 할지라도 ‘고양이1’, ‘고양이2’가 아닌 자신만의 이름과 성격이 있고, 춤과 노래, 연극으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캣츠>를 철저한 캐릭터 쇼로 만든다. 극장고양이 거스는 노역과 극중극의 해적을 오가며 풍부한 성량을 뽐내고,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팰리스는 공연 내내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서른번이 넘는 푸에떼(한발을 고정시키고 나머지 한발로 회전하는 발레동작)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탭과 현대재즈무용, 발레, 아크로바틱까지 아우른 <캣츠>가 뮤지컬배우 뿐 아니라 오페라가수, 발레리노 등의 전문 인력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특히 사라 브라이트만은 1982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어린 고양이 제마이마를 맡았는데, 2년 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두 번째 아내가 되면서 <오페라의 유령>의 히로인으로 재탄생했다. 물론 크리스틴과 창조주의 사랑은 그다지 길진 못했지만.
소리를 질러 봅시다: 럼 텀 터거
2008년 빅뱅의 대성, 1999년 영화배우 황정민 등이 거쳐 간 <캣츠>의 반항아 고양이. 긴 팔다리와 섹시한 동작으로 암컷고양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데,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해 멀찍이 혼자 떨어져 군무를 추기도 한다. 1988년 <캣츠> DVD에 출연한 존 패트리지는 2m 10cm에 달하는 신장과 넘치는 자신감, 화려한 표정으로 단연 최고의 럼 텀 터거로 사랑받고 있다. <캣츠>의 백미 중 하나는 공연 내내 고양이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에게 장난을 건다는 점. 특히 럼 텀 터거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주로 관객의 무릎에 앉는데, 2008년 당시 대성은 무릎에 앉았다가 가방 속에 남은 우유를 터뜨리기도 했다고.
그림을 그려봅시다: 티아라
<캣츠>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설정컷을 공개한 걸그룹. <캣츠>의 분장은 이마와 코, 입 주위를 흰색 분으로 칠한 후 털을 붙이거나, 진한 아이메이크업 등을 한다. 이후 각 캐릭터에 맞춘 가발과 의상을 착용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의상에도 분장을 한다. 럼 텀 터거는 갈기가 부각된 사자와도 같은 의상을, 미스토팰리스는 턱시도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요염하고 관능적인 카산드라는 털이 하나도 없는 의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그리자벨라는 머리카락에 가까운 가발, 붉은 입술, 눈물로 번진 마스카라, 코트 등으로 유일하게 사람과 비슷한 형태로 표현된다. 특히 놀라운 것은 고양이마다 체취가 다르기 때문에 <캣츠> 배우들도 캐릭터별로 지정된 향수를 사용한다는 점인데, 과연 티아라도 각기 다른 향수를 뿌렸을까.
심화학습: <도도>
2010년 동화 <건방진 도도군>을 원작으로 극단 학전에서 제작한 동물의인화 창작뮤지컬. <캣츠>와 <도도>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노선을 걷는다. 두 작품 모두 동시와 동화가 원작이고, 동물이 주인공이며, 그들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캣츠>가 강렬한 댄스와 유명한 넘버들로 한바탕 즐거운 고양이들의 쇼를 만들어낸다면, <도도>는 유기견을 통해 좀 더 묵직한 분위기로 현실의 거울이 되어 인간세계를 풍자한다. <캣츠>는 뮤지컬이라는 단어에 정의되어 있는 모든 것들로 꽉꽉 채워져있다. 2시간 30분의 쇼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30년 사이 도쿄에는 전용극장이 생겼고, 세계 어디서든 ‘Memory’가 들린다. 지구에서 고양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캣츠>는 시간과 함께 더욱 짙고 원숙한 소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야말로 Now and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