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화랑>, 소년이었습니다 (텐아시아)

화랑은 세속오계를 통해 충과 효, 그리고 사내의 의리 등을 배우며 국가와 민족의 수호에 앞장섰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MBC <선덕여왕>을 통해 이 정의는 더욱 공고해졌지만, ‘꽃사내’라는 이름의 화랑은 강인함만을 무기로 삼진 않았다. 열여섯에서 스무 살 사이의 ‘청소년’이었던 그들은 ‘신묘한 물건’ 천깔창을 훈련화 안에 몰래 숨겨놓고, 보름달이 뜨면 강강술래를 도는 처녀들을 훔쳐보러 월담을 시도하는 그 시절 소년들이었다. 뮤지컬 <화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유일하게 화랑에의 의지를 지닌 파랑(최동호)과 문노(문상현) 보다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화랑에 지원한 유오(원성준), 억지로 참여하게 된 참판댁 도련님 관랑(고재범)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출신성분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 소년들의 성장스토리는 대부분이 그렇듯 갈등의 시작을 알리고 눈 오는 밤 맨 몸으로 바람에 맞서며 화해하지만, 그들의 갈등은 쉬이 해결되지 않는다. 구르고 떠들고 숨길 수 없이 커져버린 마음으로 힘겨워 하면서 아이들은 죽순처럼 쑥쑥 커간다.
숭덩숭덩함 속에서 빛나는 풋풋함
화랑에 지원해 풍월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뮤지컬 <화랑>은 소년들의 도전과 불안, 갈등과 화해를 꽉꽉 채워넣었다. 하지만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자 했던 의욕은 각 신마다 내용과 감정상의 진폭을 만들어내고, 그 진폭엔 커다란 빈자리가 생긴다. 그런 점에서 문상현을 제외한 4명의 배우들이 데뷔작이라는 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기존 <선덕여왕>에서 보여주었던 화랑의 강인함 대신 미성숙한 자아를 지닌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랑>에서는 하나의 미덕이 된다. 캐릭터들의 불안한 영혼 위에 데뷔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인의 풋풋함이 더해지며 그들을 진짜 소년으로 만들어낸다.
예능에도 캐릭터가 필요한 시대, <화랑>은 하나의 미완성된 아이돌 그룹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선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골라 좋아하게’ 만든다. 배우들은 1년 전 일찌감치 캐스팅 되어 긴 기간 동안 직접 무술을 연마하고 몸을 만들어냈고, 그들의 노력은 무대 위에서 땀으로 선이 아름다운 액션동작으로 빛을 발한다. 연말 수많은 뮤지컬 작품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솔로’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는 뮤지컬 <화랑>은 내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1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