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일보한 ‘군뮤지컬’, Like
육군에서 제작비를 투자한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민관뮤지컬’ 혹은 ‘군뮤지컬’로 불린다. 그러나 이 작품을 ‘군뮤지컬’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2008년 <마인>으로 시작해 <생명의 항해>, <프라미스>를 거치며 ‘군뮤지컬’의 장점은 흡수하되 단점은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군뮤지컬’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각 잡힌 군무와 다채로운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다이내믹한 앙상블은 이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사실 그동안의 ‘군뮤지컬’은 일반 관객에게는 낯선 군의 업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신흥무관학교>는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의 무력투쟁’에 집중해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한다. 영역이 ‘독립운동’으로 넓어지자 ‘군인’이라는 상태보다는 독립운동을 위해 투쟁한 모두를 아우를 수 있게 됐다.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비껴나거나 대상화되었던 여성의 존재와 주체성이 높아졌다. 노비와 유생, 화전민과 기생, 마적단에 끌려간 여성까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과정은 성별과 신분, 국적을 뛰어넘는 연대로 이어진다. 이들의 합창이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은 서로 다른 욕망으로 뭉친 이들이 결국 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모이는 곳을 ‘학교’로 설정한 것은 <신흥무관학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아직은 미숙한 이들을 교육한다는 점에서 <신흥무관학교>를 거대한 성장 드라마로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일상성을 회복하며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낸다. 그 결과 작품은 강요된 애국심이나 잘못된 민족주의를 경계하되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반영하는 데 성공한다.
불완전한 균형감, Dislike
<신흥무관학교>는 ‘독립운동’이라는 단어 속에 살았던 인물을 구체화하고, 이들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쓴다. 신념으로 가득 찬 한 인물의 영웅서사보다는 “나는 학자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데”라며 고뇌하는 인물들이 퍼즐처럼 모여 큰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뮤지컬은 서로 다른 처지와 성격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자결을 선택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동규에게는 ‘고뇌’를, 해맑고 긍정적인 팔도에게는 ‘성장’을, 성별을 뛰어넘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나팔에게는 ‘도전’을, 나팔을 사랑하는 혜란에게는 ‘설렘’의 영역을 준다. 이들이 맺은 경쾌한 관계는 이후 이어지는 비극과 환희의 순간을 극대화한다.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과 이은숙도 비장하기보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독립운동의 무게감을 덜어내려 애쓴다. 모두가 평등하게 친구가 되고, 스승은 제자들의 성장을 기다리며 응원하는 공간. 신흥무관학교는 엄혹한 현실과의 대조를 위해서인지 연신 밝고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런 에너지가 극 전체에 숨 쉴 틈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인물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담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몇몇 유머는 기계적이고 강박적이라 그동안 쌓아온 감정의 균형을 깨뜨리기도 한다. <신흥무관학교>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다. 지속적인 공연을 염두에 둔다면, 흐름의 균형감을 찾아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