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뮤지컬대상 현장 (텐아시아)

뮤지컬배우 홍지민과 김무열, 그리고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울먹였다. 10월 26일 KBS홀에서 열린 제 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많은 수상자들이 눈물과 환호로 솔직한 감정을 함께 나누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남우주연상만큼이나 치열했던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정석은 “너무 송구스럽다. 하지만 너무 기쁘다”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대본도 악보도 없어 처음부터 너무 힘들었던” <로미오앤줄리엣>으로 안무상을 수상한 최인숙은 울먹이면서도 퇴장하는 순간까지 위트를 잃지 않았다. “상금으로 회식하자”라는 수상소감이 여러 차례 등장했고, <대장금>으로 연출상을 받은 이지나 연출가는 “배우들이 노미네이트되지 않아 내가 불러줘야겠다”며 배우 한명 한명을 거론해 훈훈함을 더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객석을 가득 매운 뮤지컬 관계자와 팬들은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환호해 배우, 스태프, 관객 모두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이번 제 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뮤지컬 <드림걸즈>와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각각 5개, 3개 부문에서 수상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드림걸즈>는 베스트외국뮤지컬상, 여우주연상, 음악상을 수상하였고, LED 등을 이용해 기존 뮤지컬과 다른 무대를 구현해낸 무대 디자이너와 무대감독 역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스프링 어웨이크닝>에는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앙상블상을 수여해 배우들의 기량에 박수를 보냈다. 데뷔 13년 만에 여우주연상으로 처음 상을 받은 홍지민은 “수많은 한계에 봉착해 맨날 울고 자학했던 <드림걸즈>로 상을 받아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또한, 남우주연상의 김무열 역시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앙상블상을 받았는데, 멜키어는 그 친구들을 대변하는 아이인 만큼 내가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하면 너무 미안할 뻔 했다”라는 말로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과연 춤을 출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도 우려했던 성악과 출신의 임혜영에게는 <브로드웨이 42번가>로 여우신인상을, “뮤지컬 소재로는 다소 위험한” 군대를 배경으로 한 <스페셜레터>에 극본상을 수여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수상자(작)은 많은 이들이 수긍할만한 결과를 내놓으며 한국뮤지컬대상의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현재 뮤지컬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 하나의 잣대
하지만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은 그야말로 현 뮤지컬시장의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였다. 한해 놀랄 만큼 수많은 뮤지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작품은 적고, 그마저도 대부분의 지분은 이미 검증이 완료된 라이선스 작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9년은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 모두 제작중이거나 공연 도중 중단되는 사건들도 많아 뮤지컬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출품된 총 58개의 작품 중 라이선스와 창작뮤지컬의 비율은 약 4:6. 하지만 14개의 부문상 중 창작뮤지컬이 가져간 트로피는 단 4개뿐이다. 그마저도 후보를 창작뮤지컬로 국한시킨 최우수작품, 연출, 극본, 작곡상이다. 결국, 몸집이 작고 다져나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창작뮤지컬들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형 라이선스와 제대로 된 경쟁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뮤지컬 <대장금>이 “아직은 미완의 작품인 만큼,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솔직히 밝힌 송승환 PMC대표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한국뮤지컬대상은 “창작뮤지컬의 발전과 뮤지컬시장 저변확대”를 위해 기획된 시상식이다. 브래드 리틀이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할 때, 김무열이 앙상블상을 받으러 뛰어나오다 넘어졌을 때, ‘미친 가창력’의 홍광호가 인기상을 수상할 때마다 아이돌가수의 콘서트마냥 함성으로 가득 찰만큼 뮤지컬시장의 저변은 확대되었다. 이제 한국뮤지컬대상이, 그리고 뮤지컬 관객이 해야 할 일은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인내로 지켜봐주는 일일 것이다. 송승환 대표의 말처럼 “창작은 진화”하기 때문이다.
제 15회 한국뮤지컬대상 수상내역
최우수 작품상 : <대장금>
베스트외국뮤지컬상 : <드림걸즈>
남우주연상 : <스프링 어웨이크닝> 김무열
여우주연상 : <드림걸즈> 홍지민
남우조연상 : <스프링 어웨이크닝> 조정석
여우조연상 : <자나, 돈트> 김경선
남우신인상 : <브로드웨이 42번가> 박동하
여우신인상 : <브로드웨이 42번가> 임혜영
인기스타상 : 홍광호, 최성희
앙상블상 : <스프링 어웨이크닝>
연출상 : <대장금> 이지나
극본상 : <스페셜레터> 박인선
작곡상 : <기발한 자살여행> 이지수
음악상 : <드림걸즈> 원미솔
안무상 : <로미오앤줄리엣> 최인숙
무대미술상 : <드림걸즈> 로빈 와그너 (무대 디자인)
기술상 : <드림걸즈> 노병우 (무대감독)
프로듀서상 :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