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투박한 진심의 배달 (스테이지톡)

가족이 안식이 되지 않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부모의 물리적·정서적 학대와 방임, 무기력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들은 집 밖으로 내쫓기거나 스스로 걸어 나온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지옥인 탓이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가 주목하는 것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가출팸’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도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보편적이지 않은 이슈를 다룰 때 소재가 소재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페셜 딜리버리>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학교 밖 청소년 하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최소한의 보호는커녕 다양한 폭력으로 집을 공포의 공간으로 만든 부모, 숙소 유지를 명목으로 성매매와 조건사기를 강요하는 가출팸, 대안 없이 이들이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게 한 사회까지. 사회고발성 텍스트로 가득한 작품은 때때로 무겁고 진지하다. 뮤지컬 역시 진지한 톤의 문제를 인식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로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 과정에서 <스페셜 딜리버리>는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예전 같지 않은 인기의 가수 장미와 성소수자 라라는 우연히 미성년자인 하리와 만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대사가 말해주듯,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은 나이도 성별도 상황도 다른 세 남녀의 삶을 지배하는 정서다. 특히 장미와 하리는 임신과 임신중단이라는 문제를 통해 더욱 가까워진다. 이들은 버려졌다는 상처와 혼자라는 외로움,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재단되고 평가받아온 시간을 털어놓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이해를 주고받는다. <스페셜 딜리버리>에는 누가 누구를 구원한다는 시혜적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의 상황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비혈연적 관계 안에서 함께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스페셜 딜리버리>는 태도가 좋은 작품이다. 뮤지컬이라고 분류하기에는 음악의 역할이 미비하고 다소 기능적이며 완성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주제가 직접적이며 투박하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대에는 서로를 안타까워하고 보호하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진심으로 가득하고, 그 에너지는 흘러넘쳐 결국 객석으로까지 전달된다. 무엇 하나 관객인 내가 직접 겪은 상황은 없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도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감정의 공유로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된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