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의 특징
① 안중근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뮤지컬로 독립운동가로서의 모습은 물론, 철학자이자 두려움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입체적으로 그린 작품.
② <영웅>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지 정확히 100년이 되던 2009년 10월 26일에 초연되었으며, 무대-음악-안무의 높은 완성도로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③ 2011년 8월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현재는 한동안 뮤지컬이 공연되지 않았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2월 5일까지 안중근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나이와 비교해봅시다: 31
안중근이 거사를 치르던 당시 나이. 아버지와 함께 동학운동 의병으로 활약했던 열여섯의 그는 붉은 옷을 입어 ‘홍의장군’이라 불렸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유동하의 “나라를 잃은 젊은이들은 빨리 철든다”는 말은 안중근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한 셈. 죽기 직전까지 기개를 잃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적군의 존경까지 이끌어냈던 안중근의 행동하는 삶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그를 여전히 숨 쉬게 했다. 수없이 많은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1979년에는 북한에서도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가 제작되었다. <영웅>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외에도 현재의 EU와 같은 한·중·일 3국의 ‘동양평화론’을 주장한 철학자이자 사상가로서의 삶에 집중했고, 이러한 정치적 소재는 상대적으로 뮤지컬과 거리가 멀었던 남성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사관학도생들의 단체관람이 주를 이룰 정도. 특히 이 작품은 안중근만큼 이토 히로부미에게도 자국을 향한 애국심과 고뇌의 시간을 할애해 서로 다른 가치관을 병치시키며 중립적 시선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족주의적 서사와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숫자를 세어봅시다: 3
정성화가 <영웅>으로 받은 트로피의 개수. 뮤지컬을 시작한지 8년 만에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대한민국서울문화예술대상 뮤지컬배우 대상을 수상한 정성화는 2009년 초연부터 현재까지 안중근을 연기하고 있다. 그동안 안중근은 중저음이 풍부한 배우들이 주로 맡았는데, 성악을 전공한 류정한과 양준모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소리였다면, “토종적 외모”와 결합된 정성화의 소리는 좀 더 감성적이었다. 이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애써 감추지 않았던 <영웅> 속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고, 윤호진 연출가로부터 “지혜롭고 인자한 덕장의 면모가 돋보이는” 안중근으로 평가 받으며 <영웅>을 정성화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안중근의 유묵(遺墨) 중 ‘위국헌신 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을 본 딴 ‘공연헌신 배우본분’을 좌우명으로 갖고 있을 정도.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두루 갖춘 안중근은 팬텀, 지킬과 함께 많은 남자배우들이 탐내는 배역으로 급부상했고, 현재는 초연부터 조도선 역을 맡았던 조휘가 정성화와 함께 새로운 안중근이 되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노래를 배워봅시다: ‘누가 죄인인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웅>의 대표 넘버. <영웅>의 음악은 서정성과 비장미,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안중근의 ‘장부가’를 비롯해 설희의 ‘내 마음 왜 이럴까’, 링링의 ‘이것이 첫사랑일까’ 등의 솔로곡이 서정적이라면, ‘단지 동맹’, ‘그날을 기약하며’ 등의 곡은 중저음의 안중근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레이션과 거대한 코러스가 더해져 웅장하게 표현된다. 그 중 거사에 참여한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의 재판을 그린 ‘누가 죄인인가’는 그 비장미가 극에 달한 장면. 가사의 대부분이 의문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형이 집행되는 중간 중간 ‘누가 죄인인가’라는 가사를 반복함으로써 안중근의 당당함을 대변하고, 관객에게는 직설적 질문을 던지며 생각의 파편을 남긴다. 음악에 옥의 티가 있다면 라이브 연주가 아닌 MR로 진행된다는 점.
오늘의 스포츠: 프리러닝
특별한 장비 없이 빌딩을 몸으로 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의병과 일본군의 추격신에 등장하는 기술. 영상과 실제 세트, 조명과 배우가 절묘하게 결합된 <영웅>은 무대공연이 착시의 예술임을 보여준다. 추격신은 여순 감옥을 연상시키는 높다란 벽에 투사된 블라디보스톡, 하얼빈의 도시풍경과 철제구조물 위를 뛰어다니는 배우들로 완성되는데, 여기에 제자리뛰기와 움직이는 영상을 이용해 원근감까지 만들어내며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특히 <영웅>의 하이라이트인 이토 히로부미 저격신의 경우 길이 12m, 높이 2.7m에 달하는 실물기차를 등장시키며 그 스케일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이 장면 역시 달려 들어오는 기차 영상과 실물기차가 합쳐져 만들어낸 신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무대디자인에 꼬박 2년이 걸렸고, 박동우 디자이너의 무대는 스토리의 빈구석을 세련되게 메우며 큰 지지를 얻었다.
심화학습: 연극 <청춘 18대 1>
2008년 한아름 작가가 <영웅> 이전에 선보인 평범한 사람들의 독립운동 이야기. <청춘 18대 1>은 태평양전쟁의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숨어들어간 열여덟 소년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연극이다. <영웅>이 거시적이고 민족주의적 차원의 비장미 넘치는 독립운동이라면, <청춘 18대 1>의 동경시장 암살계획은 동생과 남편,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기 위함이라는 좀 더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된다. <영웅>은 일제강점기를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시대라 칭했다. 지난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으로부터 철거를 요구받고 있고,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보내달라는 안중근의 소박한 유언도 여전히 지켜지지 못했다. 광복 67년, 여전히 일제강점기가 창작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유다. <영웅>은 오늘도 질문한다. 누가 죄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