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햇살을 받으면 피부가 마르고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색소성건피증을 앓고 있는 열여섯 카오루(태연)는 아이러니하게도 ‘태양의 동네’라 불리는 작은 해변에 살고 있다. 여름 한철 서핑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은 계절을 맘껏 즐기지만, 카오루는 그들이 생활할 시간에 잠이 들고 모두가 잠든 저녁 홀로 노래를 부른다. 외로운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노래와 오래전부터 바라보았던 코지(고준식). 아름다운 일출도, 사랑하는 이의 서핑실력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카오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내고 있다. 소녀시대의 태연이 주인공 카오루 역에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2006년 일본에서 발간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특히 소설 출간 이후 유이 버전의 영화와 사와지리 에리카 버전의 드라마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지난 7일 첫공연을 시작해 이달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계속된다.
태연의, 태연에 의한, 태연을 위한 7
<캣츠>의 대성, <샤우팅>의 승리,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 <모차르트!>의 시아준수, <홍길동>의 예성과 성민, <형제는 용감했다>의 온유까지. 최근 수많은 아이돌이 라이선스와 창작을 가리지 않고 뮤지컬 무대에 도전중이다. 하지만 그들이 팔아치우는 티켓수량과는 별개로 여전히 아이돌의 뮤지컬출연은 많은 논란을 양산해낸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그동안 그들이 쌓아올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와 어색한 연기력이 있었다. 하지만 <태양의 노래>의 태연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다. 그녀가 맡은 카오루는 대중에게 익숙한 명랑하고 귀여운 태연의 이미지와 1%의 오차도 없는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태연의 맑은 음색은 그런 카오루와 제법 잘 어울린다. 이미 드라마 OST를 통해 괜찮은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은 가창력 역시 뮤지컬 넘버와 무난히 어울린다. 특히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동명 영화에 삽입된 ‘Goodbye Days’, ‘Skyline’ 등의 음악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뮤지컬 넘버 특유의 웅장함을 벗으며 소프트한 감성을 자극하고, 이에 태연의 목소리는 더할나위없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녀의 가창력이 그토록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12개의 뮤지컬 넘버 중 5번의 노래를 부르는 카오루는 대부분 홀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무대에 도전했던 기존 아이돌에게 부족했던 앙상블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이미 초반부터 거세한 셈이다.
의외의 선전을 한 태연과 팝적인 뮤지컬 넘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연상시키는 명랑한 분위기의 안무로 주목을 끌지만, <태양의 노래>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본 듯한 어리버리한 남자주인공에서부터 오지랖 넓은 아줌마, 푼수 같은 친구, 남자주인공을 무시하는 불량한 운동부 친구들까지. 카오루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그녀를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지극히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며, 연기마저도 과장되어 있었다. 또한,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카오루의 희귀병의 무게를 가볍게 건드려 그녀의 마지막을 심심하게 만든다. 작품에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을 골고루 나누어주었으면 어땠을까. <태양의 노래>엔 태연만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