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과 절망은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노래가 되어왔다. 음악이 탄생한 곳과 그 곳 사람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장르는 오랜 역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뮤지컬 <외쳐, 조선>도 시조와 랩에 삶을 담아낸다. 시조와 랩이라니. 양극에 있어 보이는 두 장르가 무대에 등장한 까닭은 이 작품이 자유와 변화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시조가 한국이라는 공간과 조선이라는 시대를 담아낸다면, 70년대 시작된 랩은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는다. <외쳐, 조선>은 태생과 형식이 다른 두 장르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 대립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에 집중한다. 작품 안에서 시조는 백성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통로로 등장한다. 위정자들은 이들에게서 시조를 빼앗음으로써 자유를 박탈하고, 자유를 돌려받기 위한 이들은 새로운 형식의 랩을 통해 변혁을 시도한다. 길 위에서 자유롭게 태어난 랩은 음악을 비롯해 사회를 구성하는 기존 질서를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외침 그 자체가 된다.
작품에는 억압받던 서민들이 자유를 되찾는 이야기가, ‘애국’을 향한 서로 다른 노선으로 대립하는 인물이, 싸워서라도 지키고 싶은 신념이, 나를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너른 시각으로의 성장이 있다. <외쳐, 조선>은 익숙한 이야기를 새 틀에 붓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것들이 혼재된 무대도 마찬가지다. 언어유희를 라임으로 연결시키는 단의 랩과 국악의 다양한 장단, 익숙한 시조 여러 편이 결합한다. 한국무용의 기본기 위에 얹히는 것은 스트릿 댄스와 댑, 최근 유행하는 소위 ‘인싸춤’들이다. “Drop the beat” 리듬에 맞춰 “장단 주세요”를 능청스럽게 외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 음악을 변주한 소리들도 수시로 튀어나온다. 양념과도 같은 아이디어들이 단번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품은 다채로운 음악으로 상황과 정서를 담아내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태평소와 꽹과리, 소고가 서민의 시조를, 가야금 가락으로 양반의 시조를 다룸으로써 계급을 이야기하고, 토해내듯 쏟아지는 랩의 플로우는 변화의 중심이 되어 서사를 견인한다. 흥을 기본으로 분노와 용기를 담아내는 작품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에너지임은 당연하다.
다만, 작품이 가진 에너지, 신인 창작진들의 패기와 가능성에 비해 그것을 객석에 전달하는 방식이 아직은 미흡하다. 수많은 이야기들은 정리되지 못한 채 나열되기 바빴고, 이러한 흐름은 시·공간적 한계가 뚜렷한 무대에서 오히려 서사의 전형성을 부각해버린다. 묵직한 인물의 감정과 빠른 호흡의 음악이 종종 삐그덕댄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쇼케이스 이후 6개월 만에 이어진 본 공연에서 완벽한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이유에서 다음 작업이 더욱 궁금한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