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제대로 귀호강 하는 음악 (스테이지톡)

제대로 귀호강 하는 음악, Like
<씨왓아이워너씨>는 뮤지컬이라면 단연코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외치는 듯한 작품이다. 굳이 ‘스티븐 손드하임의 후예’라는 수식어를 내밀지 않아도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음악은 감각적인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고, 논리적인 구조로 플롯에 힘을 싣는다. 중세 일본의 두 남녀를 그린 막간극 ‘케사와 모리토’는 피아노와 플루트 등의 서양 악기로 동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살인 사건에 대한 네 남녀의 각기 다른 진술을 그린 ‘ㄹ쇼몽’은 재즈를 기본 축으로 삼으며 1950년대 미국의 정서를 살린다. ‘영광의 날’에는 팝과 가스펠을 섞어 평생을 지켜왔던 종교적 믿음이 국가적 재난 앞에 무너지고 다시 그 믿음을 회복해가는 신부의 혼란을 담아낸다. 같은 멜로디를 각기 다른 목소리로 부르거나, 서로 다른 장르 안에서도 같은 테마를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등의 음악적 대칭은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는 작품의 주제를 탁월하게 들려준다. 게다가 일렉 베이스부터 드럼,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플루트, 색소폰 등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와 전자악기까지 경계 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악기들은 오선지를 빈틈없이 채운다. 직접 연주되는 악기는 물론, 키보드에서 추출가능 한 악기까지 포함하면 수십 종에 이르는 이 소리들은 연주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연주와 툭하면 등장하는 불협화음, 예측 불가능한 선율 위에서도 지지 않는 것은 최재림, 유리아, 최수형, 박인배 등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배우들의 노련함이다. 말 그대로 보는 뮤지컬이 아닌 듣는 뮤지컬.
일반적이지 않은 관극, Dislike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을 베이스로 한 <씨왓아이워너씨>는 하나의 큰 주제를 공유하되 플롯이 각 장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레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극은 각기 다른 시대, 장소에서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을 내세운다. 배우들은 중세 일본에서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총 2~3개의 배역을 오가고, 극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상황은 3개의 이야기를 느슨하게 잇는다. 불륜 관계였던 케사와 모리토가 남편과 아내로 만나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1막과 부를 잃은 회계사와 인기를 잃은 여배우, 범죄를 목격하는 자에서 행동하는 자로 변화한 남자와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서 목격하는 또 다른 남자의 2막은 캐릭터 전복의 독특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자로 잰 듯 이성적으로 변화하는 캐릭터와 음악에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이 세계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씨왓아이워너씨>가 제목 그대로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주제를 뚜렷하게 하기 위해 기존의 뮤지컬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함으로써 불친절한 것은 맞다. 정삼각형 구조의 무대는 종종 배우의 표정을 차단하고, 인물의 감정은 짧은 플롯 안에서 휘발되기 쉽다. 결국 관객이 이 극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뮤지컬 초심자보다는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변화의 순간을 캐치하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이들에게 더 맞다. 2008년 초연 이후 8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