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담는 음악, Like
<드림걸즈>의 스토리를 모두가 알지는 못해도, ‘Listen’은 누구나 안다. 잘 만든 노래의 힘은 이토록 강하다. <드림걸즈>는 몸을 자연스럽게 흔들게 하는 디스코부터 재즈, 현란한 바이브레이션과 고음의 R&B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음악의 상찬을 펼쳐놓는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에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배우의 참여로 흑인음악 특유의 소울과 그루브가 더욱 살아났다. <드림걸즈>의 넘버들은 성공한 가수들의 음악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각자가 독립된 하나의 곡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여기에 개개인의 감정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뮤지컬적인 기능을 성실히 수행하고, 동시에 이 음악들은 억압받는 흑인과 여성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로도 이어진다. 기존과는 달라진 상황에 괴로워하는 에피를 향해 멤버들이 부르는 ‘Family’가 감동적인 것도, 이 곡이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확인하고 음악을 통해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뛰어넘겠다는 흑인사회 구성원들의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흑인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적 언사들과 이를 이겨내는 강인함이 영화만큼 세세하진 않지만, 뮤지컬은 흥겨우면서도 한켠으로 가슴 시린 음악을 통해 이들의 성공과 성장을 그린다.
미완성의 무대, Dislike
<드림걸즈>는 ‘꿈’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통해 차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종과 성별을 비롯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재, <드림걸즈>는 수없이 높고 많은 차별의 벽을 뛰어넘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싸우는 이들을 위로한다. 뮤지컬은 드림즈를 통해 흑인 뮤지션이 이전에는 이루지 못한 백인 중심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미 전역에서의 투어 공연 등의 성과를 나열하며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서사를 담아내기에 이번 내한공연은 너무 빈약하다. 텅 빈 무대와 단순한 조명, 디테일이 사라진 의상은 이들이 많은 사랑과 검은 돈을 이용해서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가수라 말하기 어렵다. 지금과는 다른 60년대의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서,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차별을 넘어 이들이 일궈낸 실제적인 성공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 완성된 무대를 만들어냈어야 했다. 지금의 <드림걸즈>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슈프림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려운 공연이 됐다. 모든 것이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과의 접점이 적은 작품일수록 관객의 몰입을 돕는 다양한 방식으로의 장치는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연출의 몫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