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든 봉사자든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카톨릭재단의 한 무료병원에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온다. 누군가를 축하해야하는 날일수록 외로움이 짙어지는 환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치매 걸린 이길례 할머니(김민주)는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고, 알콜중독자 정숙자(이재경)와 602호의 다른 환자들은 새로 들어온 봉사자 김정연(허혜리)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을 향해 고함치던 반신불수 최병호(이석)는 사라져버렸다. 기부금 모금을 위해 크리스마스 특별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야했던 최병호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초임 베드로 신부(최성원)는 제대로 앉아있을수가 없다. 최병호를 찾아 동분서주 하는 동안 602호 환자들의 명치끝에 숨겨진 깊은 시름을 알게 된 베드로 신부는 결국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뮤지컬, 배우의 예술 7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이하 <오! 당신>)는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를 작ㆍ연출한 장유정의 작품으로, 지난 2005년 첫공연을 시작해 6년째 대학로에서 사랑받는 작품이다. 단발성이 강한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연속성을 지닌 뮤지컬은 결국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만나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장르다. 특히 6년째 소극장 공연을 고집해온 <오! 당신>의 경우, 텍스트는 물론 무대와 조명이 이미 완성형인 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13번째 팀은 바로 그 점에서 많은 박수를 받는다. 총 7명의 배우들 모두가 기본 1인 3역 이상을 해내야 하는 작품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소화하는 것을 물론, 배우들간의 앙상블도 뛰어나다. 그 중 <오! 당신>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베드로 신부 역의 최성원은 가장 눈에 띈다. 순진한 얼굴 뒤에 감춰진 탁월한 표정연기와 그만의 캐릭터라이징은 새로운 루키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것도 치료”라는 대사처럼 거창한 물량공세나 감정과잉보다는 장유정 작가 특유의 세심한 대사로 담담하고 소박하게 모든 출연진을 감싸 안는다. 그래서 602호 환자들의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지만,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는 병실은 한없이 따뜻하다. 객석에 앉는 순간 내 마음까지도 위로 받는 <오! 당신>은 4월 30일부터 오픈런으로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