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의 매력은 데칼코마니 같은 대칭과 변주에 있다. 이야기는 투 트랙으로 움직인다. 작가인 스타인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겪는 현실의 문제가 한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가 쓴 영화 속 세계가 펼쳐진다. 스타인은 주변 인물의 성격을 빌려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든다. 현실에서의 관계들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혹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채 그려진다. 현실에서 스타인의 시나리오를 해체하는 버디는 영화 안에서 전신마비 상태의 거물 어윈이 된다. 그를 돕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떠나는 여자친구 게비는 영화에서도 스톤을 떠나는 가수 바비로 등장하는 식이다. 따라서 스타인과 그가 창조한 탐정 캐릭터 스톤을 제외하고 작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1인 2역을 연기한다.
대칭의 힘은 현실과 영화의 공간에서도 돋보인다. 뮤지컬은 비비드한 컬러로 현실을, 모노톤으로 영화의 세계를 구현한다. 인물들의 의상과 세트는 이러한 대비를 시각적으로 또렷하게 보여준다. 영화와 현실의 서로 다른 인물이 부르는 듀엣은 동선과 안무의 방향까지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뮤지컬이 공을 들인 것은 영화의 세계다. 작품은 1940년대 유행했던 하드보일드 필름 누아르의 특징을 빼곡하게 담는다. 사설탐정을 찾아온 매혹적인 여성은 딸의 실종 사건을 의뢰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탐정의 그늘과 의뢰인의 비뚤어진 욕망이 드러난다. 작위적이고 과장된 연기 톤은 현실과의 완벽한 대조로 영화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여기에 스타인이 문장을 삭제하자 영화 속 인물의 행동이 리와인드 되거나 스톤이 갈팡질팡하는 스타인에게 말을 거는 장면들은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한 시너지를 낸다. 특히 회전무대 위의 배우와 영상은 카메라워크를, 상하좌우에서 조여오는 무대 가림막은 카메라의 조리개 효과를 낸다. 익숙하되 또렷한 영화적 기법과 세계관의 교차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며 관객은 무대예술과 영화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시티 오브 엔젤>에는 대칭과 변주의 매력을 다양한 요소로 포진해두어 관객이 무대 곳곳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역시 18인조 빅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다. 재즈로 구성된 21곡의 넘버들은 장르가 가진 경쾌함과 농염함을 충실히 담아낸다. 오디션 단계에서부터 가장 공을 들였던 네 엔젤의 스캣은 시작과 동시에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데 성공한다. 현악기 편성이 강조된 일반 뮤지컬과 달리 각종 브라스와 리드 악기의 소리를 맘껏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포인트. 뮤지컬 <시카고>를 제외하면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음악이 <시티 오브 엔젤>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시티 오브 엔젤>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