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뮤지컬배우 홍광호의 저력, Like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여러 의미로 배우 홍광호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가 재공연과 출연을 직접 제안해 10년만의 재공연이 성사되었다고 하니, 이 작품의 시작이 곧 홍광호인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품이 갖는 의미와는 별개로 일곱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서른둘의 지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주인공이 홍광호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주인공이었고 한국배우로서는 드물게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던, 실력과 인지도를 고루 갖춘 배우. 런던에서 돌아온 홍광호는 <데스노트>, <빨래>에 이어 한동안 공연되지 않았던 중극장 창작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를 선택하며 배우로서 자신의 노선을 명확하게 설정했고, 관객은 ‘전석 매진’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행보에 지지를 보낸다. 망원경을 든 다수의 관객을 통해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 홍광호의 저력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노래다. 그의 클래식한 발성은 지능이 월등하게 높아진 인후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특히 뛰어난 성량과 깔끔한 고음, 정확한 음정 같은 음악적 테크닉이 먼저 도드라지는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미스터 마우스>에서는 넘버 자체가 잡아내지 못한 인물의 감정적 디테일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뮤지컬배우’로서의 능력이 더욱 부각된다. 게다가 노래 잘하는 뮤지컬배우로 손꼽히는 홍광호가 음정과 박자를 무시한 채 부르는 노래를 어디서 또 들을 수 있겠나.
투박한 연출과 음악, Dislike
“내 친구에요. 따뜻한 눈 가졌어요 / 길을 잃고 헤매일 때 당신의 손을 뻗어 봐요.” 엔딩곡 ‘사랑이란 이름으로(Reprise)’처럼 <미스터 마우스>는 지적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투명하게 비추며, 그들을 ‘실험용 쥐’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것을 노래한다. 수술 후 드라마틱하게 변화한 인후의 삶이나 그의 가족을 둘러싼 비극 등의 극적인 사건에도 잔잔하게 흐르는 서사, 변화한 삶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행복의 가치 등 공연에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음악을 비롯해 작품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는 2017년의 뮤지컬이라고 판단하기에는 투박한 곳들이 많다. 인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디스코 팡팡’이나 잔디밭에서 노래하는 캠퍼스의 대학생들처럼 올드하거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장면을 패러디하고 연신 아인슈타인 우유를 마셔대거나 스티브 잡스를 우습게 흉내내는 과학자들로 그려져 관객의 공감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과 상황을 그리는 음악은 1차원적이고, 각 인물들의 솔로곡은 감정을 차근차근 쌓아올리기보다는 그들의 감정 상태를 전시하는 것에 가깝다. 특히 초기 창작뮤지컬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시행착오들처럼, 송 모먼트와는 상관없이 대사를 노래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극 곳곳에서 발견되며 어색한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번 재공연의 목표가 ‘<미스터 마우스>의 부활’ 그 자체에 있다면 특별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목표가 ‘다시 10년 후 재부활’이 아니라면 2017년에 맞는 다양한 업데이트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