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머더 포 투>, 영리해서 더 웃긴 코미디 (스테이지톡)

영리해서 더 웃긴 코미디, Like
뮤지컬 <머더 포 투> 공연 시작 전, 무대 한켠에서 한 배우가 조용히 서너 개의 즙을 꺼내 마신다. 다소 이질적인 광경이지만, 공연을 다 본 관객들은 그것이 과장이 아님을 안다. ‘추리소설 작가의 죽음’이라는 소재 안에서 용의자 역의 배우는 호흡과 목소리의 톤, 노래의 장르까지도 모두 다른 인물로 수시로 변화해야만 하고, 순경 마커스는 상대적으로 정신없는 극 안에서 ‘살인사건 수사’라는 나름의 플롯을 끌고 가야만 한다. 그들이 흘리는 땀이 증명하듯, <머더 포 투>는 실연자인 배우의 수고가 단번에 보이는 극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영리한 창작 그 자체에 있다. 시·공간의 한계는 물론이고 두 명의 배우가 전부인 <머더 포 투>에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음악이다. 음악은 성별과 나이, 성격까지 모두 다른 인물을 서로 다른 장르에 담아내는 것은 물론, 기묘한 상황을 음표에 그려내며 미흡한 ‘미스터리’의 영역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국의 <머더 포 투>는 브로드웨이의 유산을 수용하면서도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에게 각기 다른 롤을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변화한다. 대부분의 2인극에서 피아니스트들이 음악 자체로 주목을 받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문자 그대로 캐릭터 연기를 하고, 두 명의 배우 역시 캐릭터쇼와 마임이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코미디를 통해 극의 호흡을 담당한다. 특히 캐릭터쇼와 마임이라는 연기나 연출 모두가 과해질 확률이 높은 코미디에도 불구하고 <머더 포 투>는 캐릭터라이징부터 풍자, 심지어 배우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마저도 적정선이 어딘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멈출 줄 안다.
실종된 미스터리, Dislike
캐릭터쇼나 마임은 ‘코미디’라는 단어에서 가장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장르다. 원맨쇼에 가까운 용의자의 캐릭터쇼와 다소 올드해 보일 수 있는 마임을 양념처럼 적재적소에 뿌려 넣는 마커스, 음악을 연주하고 소품을 전달하는 기능적인 롤을 수행하면서도 강력한 카운트펀치를 날리는 루의 코미디는 실연자와 창작자의 일치된 합 위에서 폭발한다. 코미디로서의 <머더 포 투>는 훌륭하다. 그러나 ‘미스터리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 안에서 ‘미스터리’의 실종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족한 미스터리의 영역을 음악이 채워넣지만, 빈약한 서사 안에서 음악이 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서사가 진행되다 보니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욕망을 세세히 그려내기 어렵고, 범인을 밝혀내는 것 역시 인물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서 멈춘다. 범인과 관련해 깔아놓은 복선은 예측이 쉬우며, 살인도구의 문제나 범행의 이유 등 살인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 역시 <머더 포 투>에서 알 수는 없다. 때문에 <머더 포 투>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면 다소 아쉬울 전개로 흐른다. 새로운 코미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 뮤지컬은 모든 것을 애써 밝히려하기보다는 “시즌2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야”라는 말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오랜만에 만난 영리하고 쿨한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