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테모사>는 ‘정상’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을 이끄는 몰페와 페이시노에, 텔레스는 함께 살지만 혈연관계가 아니다. 멜라닌 결핍으로 백화된 몰페는 외형이 다르고, 페이시노에처럼 사냥하는 여성도 흔치않다. 우연히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제논은 이방인이며, 여전히 손으로 편지를 쓰고 쉽게 쓰고 버리는 구두를 고쳐 신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사자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들의 행동을 쉽게 판단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 퍼뜨린다. 안테모사의 세 여인을 지칭하는 단어는 “마녀” 혹은 “거지”이며, 낯선 제논에게는 자신들이 하기 싫은 일을 맡기며 텃세를 부린다.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는 이에게 “낡은 감상, 남자답지 못해”라며 구박하기도 한다. 외모와 출신, 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과 구분 짓는 이들에게 <안테모사>는 페이시노에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원래가 어딨어.”
작품은 무균실과 같은 안테모사에서 나와 세상과 부딪히는 몰페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부정당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서사는 익숙하다. 대신 <안테모사>는 몰페를 비롯한 주변 이들의 반성과 사과, 실천이라는 행동을 통해 성장의 조건을 말한다. 몰페는 준비 없이 세상을 마주하며 상처를 받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할머니들의 삶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페이시노에와 텔레스는 거짓말로 구축해온 몰페의 삶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들을 내쫓으려 했던 시장은 안테모사의 철거를 중지하는 실천으로 성장한다. 모두의 크고 작은 성장을 통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으며, 그 불완전함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말한다.
인간의 윤리적 태도를 중시하는 작품의 특성상 자칫 지루해질 위험도 있다. <안테모사>는 다양한 리듬을 내세워 한계를 돌파한다. 작품은 왈츠와 탱고 같은 무곡부터 가스펠과 레게의 특징적인 리듬, 편지와 관련된 짧은 반복음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러한 리듬감은 작품에 동적인 에너지를 부여하고, ‘포용’이라는 긍정적인 정서를 충실하게 담아낸다. 세월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세트와 세 여성의 의상은 ‘낙원’으로 설정된 안테모사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몇 가지 아쉬움은 눈에 띈다. 작품은 ‘평등’이라는 개념을 직설화법으로 풀어내는 편이며, 뚜렷한 악인 대신 선택된 마을에 만연한 은근한 차별은 너무 쉽게 봉합된 면이 있다. 무대 구성과 연출에서도 빈 구석이 있어 ‘뮤지컬’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대신, 명확한 주제를 담은 오혜인 작가의 이야기와 이야기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강혜영 작곡가의 음악으로 뮤지컬의 골격은 세워졌다. 관객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안테모사>는 그 흐름 위에 있다. 이 작품의 다음이 궁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