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모타의 알마>, 플라멩코는 음악이어라 (텐아시아)

어떤 단어보다도 몸의 언어가 강력한 표현법으로 쓰일 때가 있다. 춤은 서사보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와 극적인 표현은 정직하게 관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집시들에게서 시작된 플라멩코는 그 중 단연 으뜸이다.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카르멘 모타의 알마>(이하 <알마>)는 스페인의 국보급 무용수 카르멘 모타를 위한 헌정공연이자 그녀의 10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이후 3년만에 한국을 찾은 이번 작품은 영혼이라는 뜻의 ‘알마’를 제목으로 했으며, 이는 플라멩코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설명하는 카르멘 모타의 마인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스페인의 역사와 영혼을 담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집시들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냈다. 발구름과 박수, 살과 살이 부딪혀 내는 소리는 그 자체로 음악이 됐고, 이는 플라멩코의 기본이다. 정통 플라멩코 외에도 발레, 탱고, 재즈와 믹스한 플라멩코에서도 그 명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알마> 1막에서 소개되는 장면 중 ‘JAZZING’은 이러한 플라멩코의 청각적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잘게 쪼개진 재즈 비트에 맞춰 무용수들은 정확하게 재단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별도로 장착된 바닥의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발구름 소리와 방향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캐스터내츠는 음악과 어우러지며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힘과 스피드 모두를 느끼게 하는 남성무용수들의 현란한 스탭과 감정표현에 더욱 유연한 여성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주로 다리를 사용하는 플라멩코의 특징을 잘 살린 의상에 있다. 무릎 밑으로 더욱 퍼지거나 4~5겹으로 이루어진 여성무용수들의 치마와 긴 술이 달린 숄은 동작 하나하나를 역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알마>의 백미는 커튼콜에 있다. 플라멩코 대신 귀여운 비보이를 선보이는 무용수와 흥겹지만 한없이 서글픈 노래를 불렀던 뮤지션이 선보이는 플라멩코는 따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의 별책부록이다. 특별한 음향효과 없이도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뒤흔드는 성량과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뿐한 몸놀림을 선보인 여성뮤지션의 커튼콜은 그 어떤 무용수보다도 더 큰 지지를 얻었다. 플라멩코가 “일상”이 되어 자신이 서있는 곳 자체를 무대로 삼아온 이들의 진득한 영혼이 느껴지는,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알마’는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