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모든 것이 된 음악, Like
송스루 뮤지컬이 음악으로 작품을 관장하지만, 아담 그완의 장악력은 다른 송스루 뮤지컬에 비해서도 단연 돋보인다. 네 인물의 성격은 각기 다른 선율로 표현된다. 극단적인 낙천주의자 워렌의 노래들은 웅장하고 몽환적이며, 로맨틱하게 여자친구 곁을 지키는 제이슨의 노래는 부드럽게 퍼진다. 냉소적인 뎁과 마음의 벽이 존재하는 클레어의 노래들은 주로 단정하게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프러포즈같이 달라진 상황에 당황하며 변화하고, 이 변화는 인물을 한층 더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녀가 부르는 듀엣들은 극과 극의 반응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힘이다.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아담 그윈이 직접 쓴 가사다. 멜로디에 착 달라붙는 가사 덕분에 인물의 감정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달력이 높아졌다. 정신없이 빠르고 경쾌한 리듬은 복잡한 뉴욕이라는 장소와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초조를 그려낸다. 예측불가능하게 변화무쌍한 멜로디 역시 정반대의 감정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각각의 곡에 디테일한 표현이 많은 만큼 곡을 소화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디너리 데이즈>는 단 한 명의 피아니스트와 배우들의 호흡으로 이 고난을 이겨내는 데 성공한다.
단점이 부각되는 방식으로의 연출, Dislike
<오디너리 데이즈>는 ‘평범한 날들’이라는 제목처럼 평범한 일상을 가꾸고 소소한 변화를 발견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아담 그완은 구체적인 가사를 썼다. 논문 연구자료를 잃어버린 뎁이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헤매는 장면, 제이슨과 클레어가 ‘뉴욕에서 꼭 해야 할 12가지’를 함께 하며 가까워지는 모습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구체적인 가사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텅 빈 무대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이다. 인물들이 겪는 실패는 극을 견인하는 또 다른 힘이며, 느슨한 넷의 연결은 이러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소소한 이야기일수록 관객의 공감은 필수다. 특히 <오디너리 데이즈>는 인물들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급작스럽기 때문에 드라마를 잘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추민주 연출가는 극장 전체를 무대로 이용하고, 우연히 스쳤던 누군가가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을 바삐 움직인다. 하지만 관객과의 애매한 소통과 배우의 등장은 오히려 관객을 극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하고, 여러 차례 엇갈리는 동선 역시 이 뮤지컬의 작은 스케일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소극장의 한계 상 발견되는 깨끗하지 못한 음향도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지금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디너리 데이즈>를 오롯이 즐기는 방법은 어쩌면 OST가 전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