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은 일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좋은 이야기를 찾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쌓인 안목이 새로운 것을 만든다.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다. 책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맨 오브 라만차>가, <노트르담 드 파리>가 태어났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이제 그 자리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가 차지했다. <빌리 엘리어트>, <금발이 너무해>, <라이온 킹> 등의 장르 불문 영화들이 뮤지컬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달콤 살벌한 연인>과 <미녀는 괴로워>가 뮤지컬로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올 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가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하 <캐치 미>)이 뮤지컬로 찾아온다.
원 텍스트가 존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각 매체 특성에 걸맞는 변화다. 뮤지컬은 대부분 ‘라이브’와 ‘환상’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리고 <캐치 미>는 거짓말로 점철된 프랭크의 삶을 한 편의 쇼로 풀어내 관객을 초대한다. 오케스트라는 60년대 모타운 스타일의 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그 음악에 맞춰 늘씬한 미녀들이 시원하게 춤을 춘다. 소년이자 청년이었던 프랭크의 욕망을 대변하듯 그녀들은 제복을 입은 스튜어디스로, FBI 요원으로, 간호사로 시시각각 변화하고 이는 곧 프랭크의 거짓말로 이어진다.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어수룩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프랭크는 2011 토니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 충분하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뮤지컬 <캐치 미>는 그 거짓말이 결국 가족을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영화가 프랭크와 해너티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통해 짝패와도 같은 그림을 만들어낸 것에 반해, 뮤지컬은 좀 더 가족에 포커스를 맞춘다. 프랭크는 부모님의 화해를 위해 거짓말을 시작했고, 자신만의 가정을 만들고 싶어 거짓말을 끝낸다. 특히 프랭크의 아버지와 해너티가 부르는 ‘Little Boy, Be a Man’은 부자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 같은 관계로 명명하며 서로의 이해를 나눈다. 매 위기의 순간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프랭크는 언제나 따뜻한 집에 돌아가고 싶은 소년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긴장감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 뮤지컬에는 은근한 맛이 있다. 프랭크 역에는 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슈퍼주니어의 규현, 샤이니의 키가 참여하고 해너티는 김법래와 이건명이 맡는다. 공연은 3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