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형 뮤지컬, Like
2017년의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목표는 명확하다. <록키호러쇼>의 기조를 지키고 2017년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되,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게 할 것. 가장 먼저 도드라지는 것은 캐스팅이다. 뮤지컬배우 중에서도 최근 JTBC <팬텀싱어>을 통해 더욱 주목받은 마이클 리와 고훈정, 고은성, 백형훈이 <록키호러쇼> 무대에 선다. 화려한 배우 라인업이 뮤지컬에 생소한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온다면, 공연장에서는 소극적인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표현하도록 돕는다. 실제 해외 프로덕션과 같이 팬텀이라 불리는 코러스배우들이 로비 곳곳을 누빈다. 이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과 스킨십을 하며 분위기를 달구고, 공연장 안에서는 모두가 함께 ‘타임워프’에 맞춰 춤출 수 있도록 안무를 배운다. <록키호러쇼>에 대한 정보와 자잘한 재미요소를 담은 <월간 로키>는 딱딱한 프로그램북 대신 공연 시작 전 관객의 쉬운 예습을 돕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코러스배우들은 객석 구석구석을 꼼꼼히 돌며 비를 뿌리고, 관객들도 브래드와 자넷처럼 <월간 로키>로 비를 피한다. 공연 시작 전 배운 안무는 커튼콜이 아닌 공연 중간에 모두가 일어나 함께 추고, 현악기와 전자악기를 절묘하게 믹스매치한 <록키호러쇼>의 강렬한 음악이 콘서트 같은 희열을 준다. 단순하되 포인트를 살린 세트 위에 선 배우들은 스팽글과 레이스로 화려하게 디자인 된 의상을 입고 방사형 조명을 받으며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야말로 <록키호러쇼>라는 이름의 테마파크.
사라진 날 것의 아름다움, Dislike
이번 프로덕션이 관객을 위해 준비한 것들은 그 어느 해의 <록키호러쇼>보다 다양하고 풍부하다. 작품 역시 세트와 음악, 의상과 조명에 이르기까지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잘 어울려 완성도가 좋다. 꾸준히 록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왔던 마이클 리는 <록키호러쇼>를 통해 그동안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주로 선하거나 차분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백형훈과 최수진의 코미디도 신선하다. <록키호러쇼>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번 프로덕션을 통해 좀 더 자연스럽게 작품에 입문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작품의 만듦새가 매끈해지면서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록키호러쇼>라는 B급 뮤지컬이 가진 날 것의 매력이다. 이번 프로덕션은 그동안 공연된 여섯 번의 공연 중에서도 유일하게 ‘19세 이상 관람가’를 선언한다. 하지만 작품은 양성애, 복장도착, 인조인간, 살인 같은 소재 자체가 가진 파격을 기계적으로 설명하는 정도에 그친다. 에너지는 극 초반 후끈 달궈지지만, 그 온도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 보인다. <록키호러쇼>는 프랑큰 퍼터를 교주 삼아 내 안의 위선과 가식을 걷어내는 작품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 뮤지컬에서 배우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감정을 끊임없이 드러내며 관객을 유혹해야 하지만, 몇몇 배우들은 이 낯선 설정에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다. 순간의 주춤거림마저도 아쉬운 까닭은 이 뮤지컬이 <록키호러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