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고 천진난만한 캐릭터, Like
제목은 어떤 콘텐츠의 정수를 압축한다. 뮤지컬 <뱀파이어 아더>는 주인공 아더와 뱀파이어라는 그의 상태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송곳니도 나지 않고 날지도 못하는 뱀파이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기존에 소개된 뱀파이어 작품과의 차별성을 갖는다. 극 초반에 소개되는 아더는 마치 뱀파이어 연습생처럼 보인다. 그는 번번이 비행연습에 실패를 해도 매트를 깔고서라도 연습을 멈추지 않고, 있지도 않은 송곳니로 하악거리며 상대를 위협하기도 한다. 위기에 처하면 “드라큘라 백작님 도와주세요”라며 기도를 하고, 한층 과장된 톤으로 노래를 부르고 검은 망토를 챙겨 입으며 뱀파이어인 자신에 도취되는 존재. 패턴화 된 뱀파이어들과 다른 행동과 대사의 나열은 자연스레 아더라는 미성숙한 뱀파이어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그 위로 쌓이는 것이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되어 살아온 아더의 삶이다. 아더가 엠마라는 낯선 존재를 향해 보이는 경계와 호기심, 그와 관계를 맺으며 알게 되는 새로운 감정에 대한 당황스러움은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가 느끼는 듯한 순수함으로 표현된다. 그런 그의 순수함이 부각되면 될수록 한 소년의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에 힘이 실린다.
아직은 헐겁고 빈약한 서사, Dislike
<뱀파이어 아더>는 아더의 독특한 설정과 뱀파이어를 보고 당황한 엠마가 부르는 노래처럼 종종 반짝인다. 무대 위 뒤틀린 세트는 코필드 저택에 흐르는 기이한 분위기를 구현하고, 영상은 이들이 오가는 공간을 표현하거나 지난 삶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소개된다. 글과 세상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며 점점 가까워지는 아더와 엠마의 관계는 그림자로 표현되는 단어의 나열처럼 따스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문제는 몇 개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외하면, 많은 부분이 텅 비어있다는 데 있다. 무대 위의 여러 장치는 헐거운 서사와 얕은 캐릭터를 보완하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결국 서사의 조력자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서사의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은 아더 곁을 지키는 집사 존의 존재다. 그는 아더의 삶 전체를 관장하고 가장 큰 비밀을 가진 인물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그 어떤 당위성도 부여받지 못한다. 아더의 어머니 엘리자벳은 존을 설명할 유일한 존재이나 둘의 관계는 일방적이고 파편적인 데다 예측가능하기까지 하다. 지금의 <뱀파이어 아더>는 엠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변화하는 아더 자체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아더를 양지로 이끄는 엠마와 달리 정반대의 행동으로 아더를 통제하는 존의 존재감은 지금보다 더 강렬해야만 했다. 게다가 소동극처럼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극 초반과 정통 비극을 표방하는 후반부의 온도차는 이 작품이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헐거운 서사는 결국 길을 잃고 헤매는 작가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크리에이터의 확신과 명확한 기준이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게 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