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전과] chapter 3. <오페라의 유령> (텐아시아)

단원의 특징 ①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지만 기괴한 외모 덕에 어둠 속에서만 살아야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가스통 르루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② 지난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20여 개국에서 여전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현재 탄생 25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공연이 스크린을 통해 한국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름을 불러봅시다: 에릭
‘유령’으로 불리던 남자의 진짜 이름. 에릭은 흉측한 외모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엄마로부터 가면을 선물 받고, 유랑극단의 철창에 갇힌 채로 살았다. 음악적 재능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고,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야수가 됐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버려졌다는 배신감 그로 인한 광기와 폭력성 등이 그에게서 이름을 빼앗고 어둠과 가면 뒤 ‘유령’으로 살게 했다.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투어공연으로 2000회 이상 유령 역을 맡았던 브래드 리틀은 실제 동물원을 다니며 야수의 습성을 연구하기도 했다. 1925년도에 제작된 무성영화는 호러 장르의 고전으로 꼽히는데, <판의 미로>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론 페이니가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뮤지컬에서는 클래식한 선율에 유령과 크리스틴, 라울의 삼각관계를 더욱 강조했지만, 청각적 효과를 이용해 <오페라의 유령>의 근간인 공포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어디에서 들리는 것인지 모를 음산한 소리로 관객을 집중시키는데, 웨스트엔드의 <오페라의 유령> 전용극장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는 실제 유령복장을 한 여러 명의 배우가 직접 객석 문 앞에 등장하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노래를 배워봅시다: ‘The Music of the Night’
어둠 속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었던 유령의 대표곡이자 크리스틴 유혹송. 유령은 발레단원이었던 크리스틴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고, 그의 사랑을 얻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25주년 기념공연에서는 백발의 콤 윌킨슨, 단연 돋보이는 발성과 성량의 존 오웬 존스, 현재진행형 라민 카림루 등 다섯 명의 역대 유령이 함께 ‘The Music of the Night’를 부르며 이 작품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었다. 러닝타임 150분 중 불과 25분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천재의 분노 속에 한없이 여린 감성을 지닌 유령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유령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마이클 잭슨은 자주 공연장을 찾았고 1988년 <오페라의 유령> 영화화를 계획하기도 했다. 2001년 한국 초연에 참여한 윤영석은 9차 오디션 끝에 겨우 찾은 유령이었고, “팬텀 아니면 안 하겠다”고 고집 피우던 류정한은 라울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8년 만에 돌아온 재공연에서 양준모는 정신과 의사와 유령의 정신감정을 함께 하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라울 역을 맡았던 홍광호는 6개월 후 유령 역으로 다시 무대에 서면서 ‘최연소 팬텀’이 되기도 했다.
숫자를 외워둡시다: 666
유령의 분노로 추락한 샹들리에의 경매번호. <오페라의 유령>은 단돈 8프랑에 포스터와 소품을 팔아야했던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 경매 신으로부터 시작한다. 30만 개의 유리구슬로 장식된 1톤 무게의 샹들리에는 작품의 배경이 된 가르니에를 상징하는데, 나폴레옹 3세의 명령에 따라 지어진 이 극장의 규모는 전체 객석의 다섯 배에 달하고 유령이 기거하는 지하 호수 역시 실재했다고 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귀에 익숙한 넘버와 매력적인 캐릭터만큼 독창적이고 화려한 무대로 유명하다. 특히 1막 엔딩의 샹들리에 추락신은 뮤지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무대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초속 1.8m로 관객 머리 위 2.2m 지점까지 낙하한다. 또한 261개의 촛불과 250kg의 드라이아이스 안개 속에서 유유히 밀려오는 나룻배는 지하미궁이라는 신비한 공간만큼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230여벌의 디테일이 강조된 화려한 의상과 100여개의 가발은 ‘Masquerade’에서 더욱 돋보인다. <오페라의 유령>은 화려하지만 음악과 연기, 세트와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이 드라마 외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역시 25주년 기념공연에 참여해 “뮤지컬은 종합예술이고, 하나의 어긋남이 없어야한다”는 말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숨은 음악을 찾아봅시다: ‘자아도취’
<오페라의 유령> ‘Prologue’를 인용한 푸른하늘의 곡. 25년간 전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만큼 <오페라의 유령>을 소스 삼아 재창조된 콘텐츠들이 많다. 특히 뮤지컬넘버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로 감정의 기승전결을 표현하기 때문에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 곡으로도 자주 선정되어 왔다. 김연아는 지난 2009년 자신의 아이스쇼에서 스테판 랑비엘을 비롯한 많은 피겨스타들과 함께 갈라무대를 선보였고, 이규혁과 최선영은 SBS <일요일이 좋다> ‘키스&크라이’에서 기술과 감정을 모두 살린 <오페라의 유령> 메들리 프로그램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The Phantom of the Opera’는 포미닛 현아의 탱고버전으로, 홍경민의 록버전으로도 만날 수 있다. 장국영의 <야반가성>은 대표적 리메이크 작이고, 정준하는 김소현과 함께 듀엣무대를 만들었으며, tvN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에서는 벼락을 맞고 숫자치가 된 조민성(하석진)의 숫자송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심화학습: <러브 네버 다이즈>
2010년 3월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 속편. 가면을 남기고 떠났던 유령과 크리스틴-라울의 사랑 그 1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2009년 암진단을 받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신작이기도 하다. 여전히 서정적인 뮤지컬넘버와 유령의 새 아지트인 코니아일랜드 놀이동산의 그로테스크한 세트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맥 지리-유령-크리스틴의 삼각관계와 크리스틴-라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비밀 등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철갑 같은 턱시도 안에 한없이 외롭고 여린 마음을 감춰둔,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슬픈 남자의 이야기. 아날로그로 모든 것을 재현해낸 무대는 그 어떤 21세기 첨단 세트보다도 환상적이고, 고고한 무대 위 언어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름답다. <오페라의 유령>은 25년째 현재진행형이고, <러브 네버 다이즈>의 라이벌 역시 <오페라의 유령>뿐이다. Phantom Never 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