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소설의 가능성, Like
뮤지컬 <쿵짝>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는다. 192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담은 소설을 극으로 만들었고,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도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서툰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한국형 레뷔’라 할 수 있겠다. <쿵짝>은 <사랑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을 선택하고, 옥희를 이 뮤지컬의 내레이터로 설정해 누구나 쉽게 뮤지컬을 따라올 수 있도록 준비했다. 소설을 찢고 4D의 세계로 나온 인물들은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상상을 구체화한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독특한 말투는 과장된 연기가 더해져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설 속 문구를 인물의 의상에 새겨 그들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소리와 소품이 공간의 한계를 넘고, 느와르 풍으로 재해석된 <동백꽃>의 닭싸움 장면 역시 독특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작품 속에서 시대적 배경은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내외하는 두 남녀의 설렘을 코믹하게 다루면서도 ‘열녀’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폭력을, <동백꽃>은 신분제를, <운수 좋은 날>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가난을 외면하지 않는다. 짧되 검증된 한국 단편 소설이 무대에서 선보일 가능성은 무한대다. 물론 작품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표현방식이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뮤지컬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쿵짝>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짜 맞추기식 뮤지컬, Dislike
<쿵짝>에는 19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에 유행했던 가요들이 뮤지컬 넘버로 쓰인다.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는 서툰 사랑을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주제곡이 되고, ‘빈대떡 신사’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어 흥을 내기에 좋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같은 찬송가는 코믹한 상황을, ‘꽃마차’는 김첨지와 함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 정도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쿵짝>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음악극에 가깝다. <쿵짝>은 무대라는 환경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장감과 시대상을 재현하는 정도로 음악을 사용한다. 작품에 맞는 음악을 작곡한 것이 아닌 주크박스 뮤지컬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음악이 아닌 연기로 커버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이것이 굳이 ‘뮤지컬’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음악을 소설에 억지로 껴놓은 듯한 상태가 되니 송모먼트가 어색해지고, 가사에 집중한 음악의 모음들에서는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한국 단편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뮤지컬’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