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뮤지컬의 부활, Like
뮤지컬이라고 하면 <그리스>나 <브로드웨이 42번가> 같이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쇼뮤지컬을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뮤지컬이 개발되면서 쇼뮤지컬의 위상은 주춤해졌고, 특히 한국 관객들은 <지킬앤하이드>나 <레베카>처럼 극적인 서사로 전개되는 뮤지컬에 더 열광했다. <킹키 부츠>는 그 변화한 시장 안에서도 쇼뮤지컬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의상에 아찔한 킹키 부츠를 신은 드랙퀸의 존재다. 롤라와 엔젤의 퍼포먼스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면, 다음 차례는 청각이다. <킹키 부츠>의 음악은 팝을 기반으로 펑크와 디스코, 탱고를 아우르며 경쾌하게 등장한다.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에 반복적인 가사가 곡 하나하나에 뚜렷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중 롤라의 곡들은 드랙퀸이라는 존재로 인해 경쾌함을 넘어 신비롭게 들리고, 중성적인 톤으로 부르는 디바송 ‘Hold Me In Your Heart’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 수 없었던 롤라의 슬픔과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찰리의 자책은 신디 로퍼의 발라드에 그대로 투영되어 뮤지컬 넘버로서의 기능에도 충실하다. 여기에 공간의 특성을 살린 컨베이어 벨트 안무, 엔젤들의 아크로바틱, 쉽게 따라 출 수 있는 군무에 이르는 다양한 안무도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가닿는 가장 보편의 쇼뮤지컬.
흐려진 찰리의 존재감, Dislike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차고 넘친다”라는 <킹키 부츠>의 주제는 찰리를 통해 구체화된다. 극 초반의 찰리는 하고 싶은 것도 자신의 의견도 없이 그저 타인의 꿈이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인물로 그려진다. 뮤지컬은 이후 급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큰 책임을 떠안게 된 찰리가 여러 인물과의 갈등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찰리의 성장은 <킹키 부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롤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방법으로 찰리를 자극하고, 니콜라와 로렌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수시로 질문한다. 공존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돈과 트래시 같은 공장 식구들과의 갈등을 통해서다. 하지만 찰리는 극을 이끄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롤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밋밋해 보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고, 그의 성장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킹키 부츠>의 결이 달라진다. 세 번째 시즌의 찰리는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왕자”로부터 시작한다. 아이 같은 면을 부각하는 것이 변화의 폭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에 탁월한 방식일 수는 있다. 하지만 대사와 노래의 톤이 전혀 달라 찰리의 감정을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많고, 그가 느꼈을 법한 감정 역시 단순하게 처리되고 만다. 결국 감정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결과만 부각되는 방식은 찰리라는 인물 자체의 존재감을 더 흐리게 만든다. 뮤지컬배우에게 노래 실력 외에도 연기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