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맡은 한 관객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보다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연극열전>이 더 기다려진다”는 말로 <연극열전>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다. 2009년 12월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14개월간 총 8개의 작품을 선보인 <연극열전3>의 폐막식이 지난 10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렸다.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2004년 처음 시작된 <연극열전>은 특히 2010년 한해 서울 22만, 지방 5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극열전> 통산 1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박철민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에는 그동안 출연한 배우와 스태프를 비롯한 <연극열전3>의 관계자들이 함께 해 “감사와 자축의 자리”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양성과 대중성을 아우른 <연극열전3>
지난 한해 <연극열전3>을 통해 소개된 여덟 작품은 고전과 신작, 동양과 서양, 창작극과 번안극을 아우르며 작품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평균 8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고, 1,008회 공연에 전국 26개의 도시를 돌며 새로운 관객을 만났다. 그 결과 작품상은 정태우와 류덕환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고전 <에쿠우스>가, 연기상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너와 함께라면>의 서현철, 신인상에는 김영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빠가 돌아왔다>의 류혜린에게 돌아갔다. 특히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로 연기상을 받은 서현철은 지난 2004년부터 3회동안 총 5개의 작품에 출연해 개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출하지만 진국인 시상식 외 배우와 스태프,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를 외면하지 않는 ‘덕분에 어워즈’는 폐막식의 백미다. “암전 중 침대에 부딪혀 무릎이 까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최일화와 이지현은 부상투혼상을, “술만 마시면 현금과 백화점상품권을 내놓는” <엄마들의 수다>의 김민희는 열린지갑상을 수상했다. 특히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어 유가환급상을 받은 <오빠가 돌아왔다>의 김다영에게는 10만원이 충전된 티머니 카드를, 3회동안 꼬박꼬박 출연한 개근상 다섯 명의 배우에게는 <연극열전4> 참여권을 수여하며 ‘축제’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훈훈한 분위기와는 달리 연극은 여전히 “객석이 입석까지 다 찬다고 해도 망하”기 쉬운 장르다. 창단 50주년을 맞은 실험극단의 이한승 대표의 “<연극열전>이 계속 이어지는 것 자체가 현업 종사자로서는 엄청난 감동”이라는 말은 역사는 짧지만 사실이다. <연극열전>은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소개해왔고, 잘 알려진 배우를 캐스팅해 대중과 무대의 거리를 좁히는 데 힘써온 결과 <늘근도둑 이야기>, <웃음의 대학> 등의 작품들이 대학로 인기공연으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10년에는 악어컴퍼니와 나무액터스가 함께하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연극의 대중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더 많은 배우들이 무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류덕환과 <연극열전>의 허지혜 대표에게 전하는 “대학로에 좋은 작품이 정말 많으니 조금만 더 둘러봐달라”는 수상소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연극열전>은 2012년 4번째 시즌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