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아이디어, Like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위대한 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철회한 굴욕적인 인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의 선택은 어떤 과정 끝에 도출된 결과였을까. 뮤지컬 <최후진술>은 “어리석은 철학”이자 “공식적인 이단”으로 심판 당한 후 진실을 외면한 갈릴레이를 위한 해명의 자리를 마련한다. 작품은 죽음 직전 혹은 죽음 이후 영혼의 세계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갈릴레이가 지난 삶을 반추하고 자신의 신념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의 연옥 행을 안내하는 자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것은 중요하다. 그를 통해 <최후진술>은 사후라는 낯선 세계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이질감을 최대한 덜어내고, 이것을 하나의 극으로 만들어낸다. 갈릴레이와 동시대를 살아간 셰익스피어는 그를 안정시키는 한편, 갈릴레이와 연관된 이들을 끊임없이 등장시켜 그가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지동설을 향한 초심은 코페르니쿠스로부터, 끝내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먼저 떠난 조르다노 브루노로부터, 작가로서의 자아와 인간 본연의 가치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는 셰익스피어로부터. 존 밀턴을 통해 갈릴레이가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도 알게 되면서 갈릴레이는 질투와 그리움, 두려움을 딛고 마침내 진실을 마주한다. <최후진술>은 익숙하지만 낯선 이들을 무대로 불러내 각자의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현재를, 혹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낡고 투박한 포장지, Dislike
<최후진술>은 신선하지만 낯설 수 있는 작품 속 세계를 위해 인물과 사건을 병렬로 배치하고, 각 인물에게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시공간이 뒤섞이고 실제와 허구가 혼재되어 있는 희곡에는 빈 곳이 많다. 신의 구원을 향해 가는 길에서 갈릴레이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검열과 양심, 글을 대하는 자세 등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들이 갈릴레이의 성장을 위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메시지들이 단번에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묶이기는 어렵다. 인물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관객을 납득시키기 어렵고, 몇몇 장면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뮤지컬 넘버의 경우 갈릴레이의 진지하고 웅장한 대곡 스타일과 주변 인물이 풀어내는 경쾌한 곡이 대비를 이루며 소극장 무대의 한계에 도전한다. 하지만 장면과 장명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극 중반부터는 희곡과 음악에서도 패턴이 읽히기 시작하며 지루해진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후진술>은 멀티맨의 캐릭터와 ‘병맛’ 느낌의 가사에 공을 들이지만, 가사는 종종 촌스럽고 과하게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신선한 시도 모두가 신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