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대신 닐 세다카, Like
<오! 캐롤>은 상대적으로 이제는 잘 공연되지 않는 <그리스>나 <올슉업>과 같은 쇼뮤지컬을 연상시킨다. 60년대, 쾌청한 마이애미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원색과 파스텔 톤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기분 좋은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닐 세다카’라는 뮤지션의 이름을 몰라도,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팝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보통의 뮤지컬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흥겨운 브라스 선율도 반갑다. 리조트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라이브 무대라는 공간 덕에 최근의 시국을 반영한 풍자 코미디와 화려한 군무도 이어진다. 무대 위의 MC와 가수로 설정된 배우들은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관객이 익숙한 음악에 몸을 살랑살랑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즐기기에도 좋다. 극에는 각기 다른 연령대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네 커플의 이야기가 아주 섬세하지는 않지만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매력이 있다. 최근의 한국뮤지컬시장에서는 드물게도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극을 꾸린다.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는 있지만, 결국엔 모두가 착하고 사랑으로 가득 차는 엔딩까지 보고 나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오! 캐롤>은 ‘연말’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캐럴보다는 닐 세다카의 음악과 함께 와인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누구와 가도 모두가 만족할 법한 연말용 쇼뮤지컬.
착하거나 심심하거나, Dislike
‘착하다’라는 문장은 때로는 ‘심심하다’는 평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인만큼 <오! 캐롤>의 인물들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안에 따라 제법 크게 느껴지는 갈등도 착한 사람들의 선한 마음으로 쉽게 봉합된다.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고서도 결혼식 당일 두려움에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신랑도,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작곡한 곡을 자신의 곡이라 소개하며 부른 가수도 사랑하는 이들의 너른 마음으로 용서받는다. <오! 캐롤>은 긴 세월 한 사람만을 짝사랑해왔거나, 곁에 있는 이를 두고도 다른 사랑을 꿈꾸거나, 동경이 사랑으로 연결되는 등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덕분에 이들 모두의 사랑은 관객의 공감을 사지만, 각각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다소 헐겁게 그려진다. <오! 캐롤>은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 어떤 감정의 결이 오고갔는지에 대한 섬세함보다는 서로 다른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며 빈 구석을 관객의 추억으로 채우도록 한다. 뚜렷한 한·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고르게 아우르는 극의 특성상 좁고 깊은 감정보다 얕고 넓은 감정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러다보니 채워지지 않은 감정의 빈틈으로 그들의 사랑이 다소 가벼워 보일 때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