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작 뮤지컬 제작 점검 (텐아시아)

바야흐로 멀티의 시대다. 한 가지만 고집해서는 먹고 살기 힘든 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 역시 원소스멀티유즈(OSMU)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중이다. 아바의 노래로 이루어진 뮤지컬 <맘마미아>가 영화로 소개되었고,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에서 시작해 뮤지컬이 되었다. 특히 두 작품은 스크린과 무대라는 매체의 특성을 정확히 살려내 두 영역에서 모두 주목을 받았다.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OSMU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이다. 지난 5일 미국에서도 출판된 이 작품은 지난해 연극을 거쳐 올 5월 뮤지컬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러한 OSMU가 2011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로 옮겨갔다. 올 한해 공연을 앞둔 뮤지컬 <환상의 커플>, <막돼먹은 영애씨>, <파리의 연인>의 제작 진행상황을 알아보고 각 작품마다 믿을 구석과 공략해야 할 포인트를 미리 살펴보았다.
뮤지컬 <환상의 커플>
공연기간: 2011. 5. 10 ~ 7. 30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배우: 김수용·김보강(장철수), 신주연·이가은(안나 조)
어디까지 왔나: 공연 오픈까지 D-28
믿을 구석: 홍자매표 코미디와 멜로 사이의 절묘한 ‘밀당’, 뚜렷한 캐릭터, 만화적 상상력
MBC 자사콘텐츠로 만드는 세 번째이자 사극을 벗어난 첫 번째 뮤지컬, <환상의 커플>. 2007년에 초연된 <대장금>은 이지나 연출을 기용해 뮤지컬만의 스토리를 구축해낸 이후에야 주목받을 수 있었고, 2010년 <선덕여왕> 역시 무대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준비 부족으로 관객과 관계자 모두가 외면한 작품이었다. 일단, <환상의 커플>은 전작의 실패요소를 비껴가는 길을 선택하며 빠른 출발을 시작한다. “뮤지컬 핵심관객인 20~30대가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선택”(오재민 PD) 했고, 안나와 상실을 오가는 1인 2역 원작의 스토리 위에 강자와 공실장의 러브라인 등 새로운 설정을 가미했다. 또한 연극 <순정만화>, <그 남자 그 여자> 등의 작품으로 섬세한 감정선을 살린 이주영이 참여해 드라마 트루기와 연출을 책임진다. 특히 기억을 잃은 안나가 티격태격한 일상을 통해 진솔한 삶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는 데이트용 뮤지컬로 더할나위없는 설정이다. 한국뮤지컬 중 <김종욱 찾기>를 제외하면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 작품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가격과 용이한 접근성, 아기자기한 규모의 공연장으로 커플을 공략하자.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공연기간: 2011. 11. 18 ~ 2012. 1. 16 (엔유 스페이스)
어디까지 왔나: 시나리오 수정 중 (2고 완성)
믿을 구석: 모두의 회사를 꼭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 9년간 창작과 라이선스를 넘나드는 CJ E&M의 제작 노하우
<환상의 커플>이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한다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오피스뮤지컬로 새로운 영역을 공략한다. 원작과 같이 영애를 중심으로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릴 예정이지만, 뮤지컬은 좀 더 직장생활에 방점을 찍으며 잠재적 관객을 개발하고 뮤지컬시장의 파이를 키우고자 한다. 2007년부터 현재 시즌8에 이르기까지 총 150여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사람들’의 캐릭터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강점이다. 하지만 제작을 맡은 CJ E&M 측은 “방대한 에피소드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인드로 원작 각색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 내부 1차 리딩을 가진 후 현재 2고가 완성된 상태이며, 추후 지속적인 작품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영애를 거쳐 간 12명의 남자를 단 한명의 멀티맨으로 설정해 ‘세상에 별 남자 없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설파하는 것은 어떨까. 연말, 대학로 호프집과 연계해 마른안주 일절을 제공하는 송년회 마케팅을 추진하자.
뮤지컬 <파리의 연인>
공연기간: 2011. 12. 1 ~ 2012. 2. 5 (충무아트홀 대극장)
어디까지 왔나: 대본과 작곡 수정 작업 및 캐스팅 진행 중
믿을 구석: 뮤지컬해븐의 남자배우 보는 눈, 리듬감과 완성도가 높은 이희준 작가의 각색
항렬을 따져보면, 김주원의 고조할아버지뻘 되는 인물이 바로 한기주다. 까칠하지만 능력 있고, 내 여자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한 도시 남자. 50%의 시청률보다 <파리의 연인>이 매력적인 것은 신데렐라 판타지 드라마의 트렌드를 선도한 원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 요소는 남자주인공의 매력일수밖에 없다. 뮤지컬은 기존 드라마 속 태영의 조카로 설정되어 있던 강건을 동생으로 탈바꿈시켰고, 한기주-윤수혁-강건 라인을 통해 10대에서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전의 남성상을 전시한다. 그동안 <쓰릴 미>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비주얼과 실력을 두루 갖춘 배우를 발굴해온 뮤지컬해븐의 ‘남자배우 안목’이 발휘될 타이밍이다. 그의 로맨틱함을 더욱 고양시켜줄 ‘사랑해도 될까요’ 역시 최대한 살릴 예정이라고 하니, “무대에서 멋져 보이는 것이 캐스팅 1순위”(민지혜 팀장)라는 한기주 역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신양 닮은꼴이자 이미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까칠미를 제대로 선보였던 엄기준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