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이미>의 원제는 ‘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다. 제목그대로 가정과 학교, 작은 동네의 이웃 모두가 제이미에 대해 말한다. 제이미가 15살에 커밍아웃한 게이여서이기도 하고, 유난히 텐션이 높아서이기도 하다. 작품은 드랙퀸을 꿈꾸는 그를 둘러싼 긍정과 부정의 말을 숨김없이 꺼내며, 우리 사회가 한 인간에게 보여주는 반응의 스펙트럼을 펼쳐놓는다. 엄마 마가렛과 이모 레이는 무조건적인 지지로 제이미의 울타리가 되고, 아빠와 동급생 딘은 “역겹다”라는 말로 그를 비난하며 스펙트럼의 끝과 끝을 만든다. 그 사이로는 정도가 다른 응원과 상처의 말이 촘촘하게 담긴다.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겪는 무슬림 프리티는 공감으로부터 비롯된 말로, 과거 드랙퀸으로 활동했던 휴고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제이미를 격려한다. SNS에서 이어지는 조롱과 고정적인 성역할을 바탕으로 한 비난, 자식과 제이미를 분리하려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말들은 은근해서 더 위협적이다. 뮤지컬은 제이미가 이 모든 말을 듣고 생각하고 제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며 질문한다. 말들의 무덤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변화함으로써 성장해야 하는가.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개인의 자존감을 꼽는다. 제이미 역시 남다른 텐션과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바라봄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익숙한 주제 안에서도 <제이미>가 특별한 것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장착한 듯 한 제이미의 자존감이 실은 다양한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것임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마가렛과 레이는 하이힐을 선물하고 춤을 함께 추며 제이미를 구체적으로 응원하고, 휴고 역시 “네 자신과의 결투, 우아하게 맞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프리티 역시 제이미를 무조건 격려하기보다는 그가 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다. 게다가 작품은 아빠에게서도 사랑받고 싶은 제이미의 마음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그를 그저 찬찬히 바라본다. <제이미>는 이들의 눈빛과 행동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음으로써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어 제이미를 받친다.
<제이미>는 제이미 주변 인물들의 고민에도 주목한다. 되고 싶은 것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미래가 없고, 마가렛과 휴고의 삶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모두가 제이미의 삶에 영향을 주듯,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찾아가는 제이미는 모두에게 새로운 영향을 준다. 그것은 자신을 차별하는 이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고,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도 하다. 제이미와 모두의 변화를 통해 <제이미>는 드랙퀸을 꿈꾸는 게이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찾고 싶어 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작품이 아주 일반적인 하이틴물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든든한 위로는 댄 길레스피 셀즈의 팝음악 위에서 빛난다. 익숙한 장르의 곡들은 소규모 악기 편성의 군더더기 없는 연주로 넘버의 집중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인물의 말을 듣고, 그들과의 동화를 경험한다. 상대를 찬찬히 기다리고, 그의 말을 자세히 듣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공존의 태도가 음악 구성에도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제이미는 혐오와 차별의 말을 딛고 격려와 존중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이것이 고통으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답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