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est songs of Whitney Houston, Like
30대 이상이면 전 세계 누구든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한 곡 정도는 흥얼거릴 수 있으니, ‘매가 히트’라는 말은 그에게 딱이다. 따라 부르는 곡이 ‘I Will Always Love You’라면, 그것은 영화 <보디가드>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 될 정도로 모두에게 깊이 각인된 영화라면, 뮤지컬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저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140분 내내 들려주는 것뿐. 뮤지컬 <보디가드>는 다섯 곡에 불과했던 영화 속 그의 노래를 15곡으로 채웠다. 파워풀한 안무의 댄스곡 ‘Queen Of The Night’를 시작으로 디스코풍의 ‘How Will I Know’, 애절한 발라드 ‘Saving All My Love For You’와 기예에 가까운 고음을 자랑하는 ‘I Have Nothing’을 거쳐, 대망의 ‘I Will Always Love You’로 이어진다. <보디가드>의 넘버들은 그 흔한 합창도 하나 없이 대부분 레이첼의 솔로로 꾸려지고, 번쩍이는 의상과 화려한 안무, 콘서트에서나 볼 법한 T자형 무대와 불기둥, 드라이아이스 같은 특수효과가 더해져 ‘스타 솔로 가수’ 레이첼을 완성된다. 관객은 거의 레이첼의 원맨쇼 형태로 진행되는 뮤지컬에서 이 모든 것을 라이브로 해내는 배우에 대한 존경과 음역대가 넓은 휘트니 휴스턴의 곡을 한국에서도 소화 가능한 배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러나 “나는 다짐했었죠. 다른 누구의 그림자는 싫어”(‘Greatest Love Of All’)라는 가사와는 별개로,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전설적인 디바의 그림자는 여전히 길기만 하다. 오리지널리티란 무엇으로도 뛰어 넘기 어려운 법이다.
사라진 보디가드, Dislike
<보디가드>는 ‘영화보다 간결해진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연출’을 작품의 매력으로 소개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프랭크 파머가 레이첼의 저택 이곳저곳을 누비며 공간을 정비하고, 운전기사에게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처법을 가르치는 등 ‘직업인’으로서의 보디가드를 보여주려 애쓴다. 동료 보디가드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트라우마를 세심하게 드러내며 이성이 우선인 프랭크의 사정을 설명하기도 한다. 덕분에 그를 탐탁치않게 여기던 레이첼이 그를 보디가드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사랑에 이르는 과정이 차근차근 펼쳐지며 관객의 동의를 얻는다. 그러나 시·공간의 한계가 분명한 장르의 특성상 뮤지컬은 스토리가 단순해질 확률이 높다.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살리려 보디가드 프랭크의 존재감을 줄이자 레이첼을 번쩍 들어올리거나 그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서는 영화 속 명장면은 그저 명장면을 재현하는 것에 불과해지고야 만다. 서로가 어떤 감정을 어떻게 쌓아왔는지가 느껴지지 않자 프랭크를 사이에 둔 레이첼과 니키 자매의 사랑과 갈등도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레이첼을 위협하던 스토커의 존재 역시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과 다양한 영상을 이용해 구현한 초반의 몰입감에 비해서는 다소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다. 50·60대가 시장의 중심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라면 <보디가드>를 보고 30여 년 전을 추억하는 작품의 기획 의도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30대 관객이 뮤지컬 시장을 형성하는 2017년의 한국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야 했다. 지금의 <보디가드>가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이 후퇴한 것만큼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