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해 승리, 제시카, 황정민 등 스타의 출연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조금 친숙해졌다면, 2010년에는 스타가 아닌 작품 자체에 주목해보자. 여전히 초연보다는 귀에 익숙한 작품들의 재공연이 다수를 이루지만, 그 어느 때보다 놓치면 절대 후회할 작품들이 길게 줄지어 ‘예매광클’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해 140여 편 가깝게 제작되는 뮤지컬 중 2010년의 옥석을 골라보았다. 이 중 단 한 작품만이라도 제대로 만난다면 진정한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신 237원짜리 통장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자.
<컨택트> (Contact)
1.
1. 8 ~ 1. 17 LG아트센터
2.
1. 22 ~ 1. 31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출연진 : 김주원, 장현성, 이영진, 이란영, 윤길 등
그동안 뮤지컬을 노래로만 인식하던 사람들에게 뮤지컬 <컨택트>는 실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컨택트> 속 음악은 존재하지만 배우들은 결코 노래하지 않는다. 춤추는 배우와 연기하는 댄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몸의 언어로만 위트와 섹시함을 정교하게 다듬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컨택트>는 재즈, 클래식, 록 등 각기 다른 음악과 무대로 꾸며지는데, 모두 ‘Contact’를 소재로 하여 로맨틱한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재연한다. 1999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개된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로 진출, 댄스로만 이루어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토니어워즈에서 총 4개 부문의 트로피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전 세계적인 극찬을 받는 노란 원피스의 여인은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데, 한국초연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주원이 캐스팅되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는 장현성, <뷰티풀 게임>, <영웅> 등의 수많은 뮤지컬에서 독특한 안무를 창조한 안무가 이란영, <시카고>의 윤길 등이 참여한다.
<맨 오브 라만차> (Man of Lamacha)
1.
1. 14 ~ 1. 17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
1. 22 ~ 2. 15 LG아트센터
출연진 : 류정한, 정성화, 이혜경, 김선영, 이훈진 등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괴물이라 여기는 풍차에 기꺼이 돌진할 줄 아는 몽상가 돈키호테.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늘 자신을 그런 돈키호테에 비유해왔고, 결국 그는 돈키호테 같은 추진력으로 2009년을 신춘수의 해로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다시 <맨 오브 라만차>를 무대에 올린다. 소설 <돈키호테>를 무대로 옮긴 <맨 오브 라만차>는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신성모독죄로 투옥된 감옥에서 자신의 소설 ‘돈키호테’를 연기하며 시작된다.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기사 돈키호테로 생각하는 시골 지주 알론조 키하나의 모험담이 펼쳐지며, 잃어버린 꿈과 바스라져버린 열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넘버 ‘Impossible Dream’은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는 가사로 작품의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2010년 <맨 오브 라만차>는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미 2005년과 2008년, 2007년과 2008년의 돈키호테로 분했던 류정한과 정성화는 물론이거니와, 2007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이혜경이 거리의 여자 알돈자가 되어 돌아온다.
<내 마음의 풍금> 시즌3
1.
1. 16 ~ 1. 31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출연진 : 강필석, 이지훈, 정운선, 임강희 등
소설 <여제자>를 원작으로 2008년 제작된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후각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비갠 운동장에서 올라오는 흙냄새, 아카시아 향기, 낡은 마룻바닥에서 풍기는 나무냄새 등의 향기는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후각을 자극한다. 또한 아련한 풍금소리와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은 듯한 무대, 추억의 놀이 등의 디테일은 가슴 속에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아날로그 감성을 꺼낸다. <내 마음의 풍금>은 송정국민학교에 막 부임한 선생님 강동수와 자신을 아가씨라 불러준 동수에게 첫눈에 반한 열여섯 국민학생 홍연이, 그리고 동수가 좋아하는 연상 양호선생님과의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벚꽃비가 내리는 봄,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겨울 등 사계절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그들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번 시즌 3에서는 시즌 2에 출연했던 이지훈 외에도 강필석이 새로운 강동수 역을 맡고, 산수유 꽃에 ‘불타는 마음’을 담는 홍연 역에는 정운선이 16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되었다. 2010년 버전에는 <내 마음의 풍금> 초연 당시 강동수 역을 맡은 오만석이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 돌아온다.
<모차르트!> (Das Musical Mozart!)
1.
1. 20 ~ 2. 21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출연진 :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 김준수, 민영기, 윤형렬, 서범석 등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모차르트!>는 2010년 상반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미 2차례에 걸친 티켓오픈에서 예매사이트 서버다운을 일으키고, 그가 출연하는 모든 회차의 공연티켓이 동이 났다. 이어 지난 21일 있었던 3차 티켓예매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로 나뉘어져 오픈되는 등 아이돌 가수 콘서트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해프닝을 만들어내며 작품명을 한 번에 알렸다. <모차르트!>는 1999년 비엔나 초연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기존 한국에 올려진 수많은 뮤지컬들과는 달리 클래식한 느낌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의 고향 비엔나에서 건너온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그동안 천재라는 수식어 안에 갇혀있었던 인물을 다시 퍼 올린다. 사랑과 자유에의 갈망 외에도 모차르트를 둘러싼 아버지와 연인, 누이 등 주변 캐릭터를 탄탄하게 만들어 그의 인생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모차르트 역에는 부상으로 출연이 어려워진 조성모를 대신해 투입된 김준수 외에도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가 함께 캐스팅 되었고, 이외에 민영기, 윤형렬, 서범석, 배해선, 정선아 등 이미 다수의 작품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뮤지컬배우들도 함께한다.
<미스 사이공> (Miss Saigon)
1.
3. 20 ~ 4. 4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
4. 16 ~ 5. 1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
5. 14 ~ 9. 12 충무아트홀 대극장
지난 2006년 한국초연 이후 4년 만에 재공연되는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미군 병사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1989년 런던 초연 이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품이다. 국내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뮤지컬들이 남성중심 반면, <미스 사이공>은 열일곱 소녀 킴의 변화에 주목한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킴은 크리스와의 사랑을 통해 가족을 만들지만,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킴에게 거대한 운명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이후 킴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 강인한 모성을 보여주며 관객의 감정을 울린다. 2010년 <미스 사이공> 역시 초연멤버들과 새로운 얼굴이 합류해 3월부터 공연될 예정이며, 초연 당시 아쉬웠던 실제모형의 헬기가 내년엔 등장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차 티켓은 1월 11일부터 예매를 시작한다.
<쓰릴 미> (Thrill me)
1.
5 ~ 10
신촌 더 스테이지
2007년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쓰릴 미>는 실제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과 동성애를 다룬 뮤지컬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한없이 무겁고, 무대는 미니멀하며, 음악은 피아노 한 대가 전부다. 그야말로 ‘뮤지컬’이라는 단어 안에서 존재하는 화려하고 즐거운 정의와는 300만 광년정도 떨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에 계속되는 아슬아슬한 게임은 ‘관객점유율 90% 중 99%가 유료관객’이라고 할 정도로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특히 <쓰릴 미>는 출연하는 남자배우들의 팬 카페 회원수를 공연과 동시에 2배 이상 뛰어넘게 만들고, 수많은 뮤지컬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로 우뚝 서게 만드는 작품이다. 재공연이 계속될수록 “초연 때의 치밀함과 긴장감이 얕아져 아쉽다”는 의견도 쇄도하지만, 여전히 뮤지컬 마니아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내년 5월부터 공연을 시작할 <쓰릴 미>는 봄부터 지명오디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내년엔 어떤 이들이 ‘피로 쓴 계약서’를 쓰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블 데드> (Evil Dead)
1.
8 ~ 10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이블 데드>는 2008년 봄 한국에 첫선을 보였다. 초연 당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B급 코믹 호러물이라는 것과 <지킬앤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의 작품을 통해 클래식함의 정수를 선보였던 류정한이 코믹한 캐릭터 애쉬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애쉬의 잘려진 팔, 좀비들의 공포스러운 분장, 거칠게 쏟아지는 피 등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만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스플래터 존(Splatter Zone)’이라 불리는 객석에서는 <이블 데드>의 과장된 공포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좀비가 되어버린 배우들이 직접 무대 아래로 내려와 그들의 피를 뿜어내는 만큼 2008년 공연당시에도 스플래터 존만을 노리고 실제 피가 범벅된 티셔츠를 입은 관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왕 공연을 보기로 맘먹었다면 스플래터 존 예매는 필수다.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The Musical)
1.
8 ~ 2011. 2
LG아트센터
2000년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많은 이들이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5년 후 스크린 속 빌리는 무대 위에 다시 환생해 진짜 하늘을 날았다. 2005년 영국초연 이후 브로드웨이로 건너간 <빌리 엘리어트>는 제 63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뮤지컬상을 비롯한 총 10개 부문의 상을 휩쓸기도 했다. 2010년 8월 비영어권에서는 처음으로 공연되는 <빌리 엘리어트>를 위해 현재 총 8명의 빌리 후보가 1년여에 걸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발레, 탭, 스트릿 댄스까지 수많은 춤을 배워나가고 있는 8명의 아이들 중 최종 4명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스케이트 선수에서부터 발레리노를 꿈꾸는 아이들까지 8명의 후보들은 현재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2월이면 빌리를 포함한 성인배역들의 캐스팅이 완료될 예정이라 하니, 그 전에 아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빌리가 될지 점쳐보는 것도 공연을 기다리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2010년 하반기 예정
일정 및 공연장소 미정
2001년 이병헌과 故 이은주가 출연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2010년 뮤지컬로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09년 창작팩토리에서 시범 공연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총 8천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지난 8월 간단한 쇼케이스를 가졌다. 현재 공연일정과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600석 이상 중극장에서의 공연을 기획중이다. 특히,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미 <마이 스케어리 걸>에 NYU 대학원 뮤지컬극작과 출신인 강경애와 윌 애런슨에게 극본 및 작사와 작곡을 맡겨 톡톡한 결실을 이루어낸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한 창작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잘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곧 작품성과 귀결된다”는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의 철학이 한국 관객들에게 잘 들어맞을지는 2010년 하반기쯤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