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스티브 바라캇 (텐아시아)

결국엔, 사람이다. 차가운 기계도, 따뜻한 음식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도 결국엔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모든 창작물은 만든 이의 마음을 투영하고, 좋은 결과물은 좋은 생각을 가진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Whistler`s Song’이나 ‘Flying’으로 유명한 캐나다 뮤지션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은 맑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녹음으로 우거진 한적한 곳에서 흐르는 투명한 시냇물 같은 음악. 그 긍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해 <텐아시아>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내한한 스티브 바라캇을 만났다. 삶을 반영한 음악은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작년에는 화이트데이, 올해는 밸렌타인데이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밴드와 함께하는 무대라 들었다.
스티브 바라캇: 한국에서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는 특별하고 중요한 날이지 않나. 그런 사랑스러운 기운이 넘실대는 날을 음악과 함께 축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번에는 캐나다 뮤지션들과 함께 밴드를 꾸렸다. 밸런타인데이니까 아무래도 달콤한 분위기를 상상하겠지만 드럼, 기타, 색소폰, 키보드 등과 함께하는 즉흥연주 등 좀 더 자유롭고 재지한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지점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스티브 바라캇: 그래서 관객들이 평소 내 음악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세트리스트는 공연의 콘셉트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밴드와 어울리는 곡을 먼저 찾았고, 그 악기들이 피아노와 어떻게 조화롭게 어울릴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이런 편성은 훨씬 더 자유롭기 때문에 공간이나 다양한 상황에 따른 관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나에게서 기대하는 시와 같은 멜로디의 피아노 솔로 섹션도 있다. 준비는 다 끝났다. (웃음)
“내 음악은 진화하고 있다”
클래식으로 음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즈나 팝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각 장르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궁금하다.
스티브 바라캇: 재즈는 즉흥적이고 순간을 잡아내는 음악이다. 어릴때부터 워낙 탐구하는 걸 좋아했는데, 사춘기 시절에는 다른 연주자들과 음악을 주고받음으로써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재즈에 빠졌었다. 다섯 살부터 시작한 클래식은 악기를 배우고 테크닉을 익히기에 굉장히 좋은 기초과정이었고, 멜로디에 대한 것들은 팝을 통해 배웠다. 연주나 작곡 외에도 프로듀싱과 레코딩까지 거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클래식을 바탕으로 레이어가 쌓이듯 이어지고 있다.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복잡한 클래식적 사운드가 하나의 심상을 만들고, 그 안에 팝적인 멜로디가 더해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작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스티브 바라캇: 스토리. 그 이후에 향수나 행복 같은 구체적인 감정이 입혀진다. 멜로디는 나에게 있어 언제나 여왕 같은 존재고, 하모니나 편곡은 그걸 이어나가는 연장선상에 있다.
창작물은 창작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음악을 주로 하는데 그 뼈대는 어디서 나온 걸까. (웃음)
스티브 바라캇: 아버지도 뮤지션이셨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크리스마스나 웨딩 등 특별한 날에 언제나 음악을 함께 듣고 연주하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나에게 음악은 손닿기 힘든 게 아닌 일상에서 늘 경험하던 것이었다. 운이 참 좋았지. 할아버지가 레바논 출신이셨고, 태어나고 자란 퀘백이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였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1년에 발매한 <Someday, Somewhere>를 비롯해 유난히 도시명을 딴 음악을 많이 만들었다. 스스로 ‘크레이지 트레블러’라 칭하기도 했는데, 여행이 본인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스티브 바라캇: 삶을 살아가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계를 여행하는 하루하루의 경험이 폭발하듯 작곡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작곡된 음악을 듣는 것은 내가 언제든 어디에 있든 그때 그 자리에서 느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것처럼 나의 경우엔 가슴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이 음악으로 표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의 중요성을 알지만 그저 흘려보내지 않나.
스티브 바라캇: 사람들은 항상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미래에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지금 무언가를 한다는 게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과거가 된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을 내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오늘과 내일은 같지 않다. 과거가 된 현재를 추억하기 위해 일상의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편이고, 그것들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서 청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스티브 바라캇: 좋은 인간관계를 갖고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오게 마련이다. 절제를 배우고, 자기개발을 꾸준히 하고, 긍정적 사고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건 마음에 달려있다. 좋은 사고가 좋은 음악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좋은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삶을 산 것 같다. (웃음)
음악을 들을 때는 긍정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력을 한다니 좀 놀랍다. (웃음)
스티브 바라캇: 어릴 때 환경도 그렇고 긍정적인 사람이 맞긴 하다. 하지만 왜 지치지 않겠나.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안 좋은 면을 보고 다른 누군가는 긍정적인 부분을 본다. 가능하면 아름다운 것들을 보려 애쓰는 편이다.
그동안의 음악이 내면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라면, 최근엔 유니세프 대사 활동 등을 통해 음악의 사회적 기능에 부쩍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스티브 바라캇: 아이가 하나 있는데, 부모가 되면 삶의 사이클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된달까. 그로 인해 유니세프와 같은 활동도 시작하게 됐다. 진짜 모국어는 불어지만 나에게 있어 음악도 모국어다. 러시아 뮤지션과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연주하는 순간은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세계를 누비며 보고 경험한 것들로 만들어진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과 평화적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인권활동가이자 가장,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스티브 바라캇: 굉장히 미스터리하다. 음악은 과학이나 요리 레시피를 만드는 것과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뮤지션으로서의 미래는 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