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일기장, Like
뮤지컬 <틱틱붐>은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에 가깝다. <틱틱붐>은 장래가 기대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아직은 ‘뮤지컬 작곡가 지망생’에 불과한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뮤지컬은 마치 그가 쓴 일기장을 펼쳐놓은 듯 사적이다. 조나단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뮤지컬은 그가 느끼는 감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시침소리가 “불안과 초조가 쌓이는 소리”라 고백하고, 연인과 맞는 이른 아침의 새소리도 “총으로 확 쏴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 친한 친구와 연인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조나단은 예술적인 삶을 함께 꿈꿔왔지만 이제는 현실에 타협한 마이클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시기와 부러움이 섞인 묘한 경멸의 태도를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예술적 활동과 직업을 연결시키려 애쓰는 연인 수잔을 대하는 조나단의 태도 역시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답답한 세상 속에서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서른을 맞이해야 하는 인물이 느끼는 폭발직전의 감정은 강렬한 록 사운드로 이어진다. 조나단 주위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틱틱붐>이 모노드라마와 다름없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 밖으로는 내기 어려운 감정의 날것이 그대로 녹여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태의 한 인간을 통해 <틱틱붐>은 미칠 것 같은 마음을 그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세상이 마치 나만 빼고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의 감정들을 차곡차곡 담는다. 여전히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들이 ‘젊음’을 상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에게나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지는 때가 있다. 그때 <틱틱붐>을 만나게 된다면 ‘인생 뮤지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찌질의 역사, Dislike
<틱틱붐>이 누군가에게 ‘인생 뮤지컬’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찌질의 역사’와 다름없게 느껴질 수 있다. <틱틱붐>은 장점과 단점의 역전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조나단의 상황이다. 세상에는 생명체의 수만큼 각자의 지옥이 존재하지만, <틱틱붐>에서는 조나단의 지옥만이 확인 가능하다. 뉴욕을 떠나서라도 자신의 꿈과 현실을 조율하려 애쓰던 수잔의 지옥은? 죽음을 앞에 두고 애써 밝게 웃는 마이클의 지옥은? 덕분에 관객은 “숨고만 싶다”던 조나단의 심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수잔과 마이클의 삶은 그대로 사장되어 버린다. 특히 꿈을 쫓는 조나단에게는 자격지심과 동시에 그들보다 더 나은 일을 한다는 우월감이 짙게 느껴진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조나단의 자기모순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타인의 상황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 <틱틱붐>은 자기만의 세계를 깨부순 이가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성취에 대한 답을 그린다. 하지만 <틱틱붐>은 그 어떤 뮤지컬보다도 감정적인 작품이다. 이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인 양 몰입하지 않는 이상, 관객은 조나단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 모두를 파악할 수 없다. 관객의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하는 순간, <틱틱붐>의 생명력도 사라지는 셈이다. ‘관객의 몰입’이라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순수한 형태를 꿈꾼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