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1(강필석), 하릴없이 그저 매일 밤낮을 트위터 팔로워 숫자 세기에 투자한다. 여자1(최유하), 번번이 취업에서는 떨어지지만 우연히 커피숍에서 만난 친구에게 소위 ‘꿇리지 않기 위해’ 가장 비싼 커피를 시키고,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남자2(최재웅), 나름 1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지만 계약직 신세라 하루가 멀다 하고 직장 때려치울 꿈만 꾼다. 여자2(오소연), 영원한 사랑을 찾아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선 자리를 전전한다. 지난 11월 23일부터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엣지스>(edges)는 이토록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을 그린 작품이다.
<엣지스> 속 인물들은 <맨 오브 라만차>나 <틱틱붐>의 주인공들처럼 인생에 명확한 꿈과 목표가 없다. “이렇게 살다가 인생 끝날까 봐” 불안해하지만 정작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는 “내가 가진 모든 걸 잃어도 괜찮을까”라고 고민한다. 그래서 여타 기승전결이 뚜렷한 다른 뮤지컬에 비해 <엣지스>는 다소 심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갯속을 헤매듯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꿈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무기력한 젊음을 대변한다.
우울한 청춘을 위한 처방전, 모던락 6
<아이러브유>나 <어쌔신>과 같은 레뷔형식(특별한 줄거리는 없지만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이어진 작품)을 띄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엣지스>는 어려운 작품이다. 이러한 종류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감이다. 그래서 <엣지스>는 2-30대라면 누구나 겪는 꿈, 사랑, 우정, 결혼, 가족, 실수 등의 이야기를 4명의 배우를 통해 나열한다. 소재는 다양하다. 어디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입은 가능하지만 치환은 어렵다. 송쓰루 뮤지컬에 한국적 공감대를 위해 원작에 없던 대본을 창작했지만, 관객 하나하나의 이야기로 치환하기에는 각 에피소드가 가진 깊이가 얕고 다소 뻔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디테일이 약하다 보니 형식상에도 문제가 생겼다. 노래와 노래 사이 호스트 겸 주인공인 배우와 관객들의 토크는 종종 빗나가고, 대화를 나누는 듯 하지만 실질적 대사인 문장들은 너무 관념적이고 문어체로 쓰이는 바람에 현실의 무게를 지워버린다.
하지만 <엣지스>의 가능성 역시 앞서 언급한 바로 그 공감이라는 부분에 있다. 첫신부터 방대하게 ‘꿈’을 묻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가면 쓴 삶’을 슬퍼하는 후반부는 점차적으로 현실에 밀착되기 시작하며 이 작품의 매력을 살린다. 거기에 벤제이 파섹이 작곡한 모던락 풍의 음악이 더해지면 비로소 ‘엣지’에 가까워진다. 경쾌한 이지리스닝의 음악은 <엣지스>를 오래간만에 음악이 남는 뮤지컬로 만들며 부족한 디테일을 메운다. 무난한 현재를 벗어난 진짜 ‘엣지’ 있는 미래란 어떤 것일까. 뮤지컬 <엣지스>는 내년 1월 16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