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휘의 츠카사, Like
‘언제 적 <꽃보다 남자>냐’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슬며시 무장해제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소 과장된 설정과 톤, 수많은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꽃보다 남자>가 사랑받는 것은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사랑을 이룬다’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꽃보다 남자>가 전 세계에서 내내 회자되는 것은 츠카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힘이 크다. 거칠면서도 아이 같은 천진함이 있고, 바보 같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절대 양립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매력을 총집합한 인물은 많은 이의 취향을 공략한다. 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각국의 드라마로도 증명된 사실이지만, 대신 같은 이유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뮤지컬 <꽃보다 남자>에서는 비투비의 이창섭, 빅스의 켄과 뮤지컬배우 김지휘가 츠카사 역을 맡았다. 두 명의 아이돌이 그동안 자신이 보여준 이미지를 이용해 관객에게 츠카사의 매력을 납득시킨다면, 김지휘는 안정된 연기로 츠카사의 매력과 극에 부족한 개연성을 살려낸다. 그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목소리 톤, 큼직한 이목구비에서 나오는 다양한 표정에 다소 오그라드는 설정과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뻔뻔함을 더해 그때그때 다른 츠카사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특히 상대적으로 뮤지컬 무대 경력이 짧은 배우들 사이에서 작품에 안정감을 실어내는 것도 그의 몫.
‘원작의 무대화’가 겪는 모든 시행착오, Dislike
문제는 앞서 언급한 장점이 ‘뮤지컬’로서의 장점이냐를 따지자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에 있 다.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는 이미 원작에서 구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무대로 옮긴 대부분의 초연작이 그러하듯, <꽃보다 남자> 역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원작에 비해 디테일한 접근이 어려운 무대에서 서사는 개연성의 부재로 이어지고,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 음악은 때때로 엉뚱한 곳에 쓰이거나 불명확하게 표현되며, 무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기도 한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이용된 ‘F4’를 둘러싸고 있는 꽃과 같은 요소는 작품이 가진 과한 설정과 세계관을 극 초반에 독자와 시청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이며, 이것이 비록 인위적이라 할지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이 모든 것을 F4를 선망하는 학생들의 대사를 통해 설명할 뿐이며,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그 어떤 무대 장치도 없어 F4의 매력은 배우 개인의 아우라에 기대야 한다. 이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솔로곡이 있지만, 어색한 송모먼트와 감정을 증폭하지 못하는 MR, 뮤지컬 넘버에 익숙하지 않은 몇몇 배우들의 노래가 더해져 그 효과 역시 미비하다. <꽃보다 남자>는 무대에서 공연되지만, 많은 것을 배우에게만 맡겨버렸다. 주요배역의 대부분을 뮤지컬 무대 경력이 짧은 배우들이 맡은 작품에서, 이러한 연출은 가장 가혹한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