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전과] chapter 15. <헤드윅> (텐아시아)

단원의 특징 ① 헤드윅이라 불리던 동독출신 트랜스젠더의 삶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그린 록 뮤지컬. ② 타이타닉 생존자들이 묵었던 호텔 리버뷰를 개조한 극장에서 1998년 발렌타인데이에 처음 공연되었으며, 2001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③ 2005년에 시작된 한국어 버전은 1000회를 넘기며 8년째 공연 중이다. 특히 이번 시즌 7은 초연 멤버 오만석과 새로운 헤드윅 박건형이 합류해 10월 21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된다.
My name is 헤드윅 슈미트
어릴 적 이름은 한셀. 헤드윅은 장교였던 루터를 따라 미국에 가게 된 아들에게 엄마가 내어준 이름이었다. 가짜 가슴과 잘려진 1인치 살덩이로 자유를 얻었지만, 결국 루터의 사랑은 지속되지 못했다. 또 다른 조각이라 생각했던 토미 역시 헤드윅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끊임없이 버려지고 또 버려졌지만 “창조 그 자체”로 여겼던 사랑을 놓지 않았던 여자. 그의 뒤틀린 욕망은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이츠학을 구속하며 계속됐지만, 스스로 가발과 토마토를 내던지는 순간에서야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실제 미군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소통 부재의 삶을 살았던 존 카메론 미첼은 “인간은 결국 혼자인가 아닌가”라는 고민에서 <헤드윅>을 만들었다. 그것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는 자의 분노와 슬픔을 그리지만 모두에게 빨간약을 발라주는 이유다. 그리고 무대 위의 ‘오드윅’이 말한다. “외롭고 괴롭고 힘든 거 여기 다 놓고 가”라고.
숫자를 세어봅시다: 17
지난 8년간 ‘헤드윅’을 거쳐 간 배우의 수. <헤드윅>으로 “출세”한 송용진은 총 다섯 시즌에 참여해 350회 이상 공연했고, 특히 그의 심야공연은 ‘불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김다현은 <헤드윅>을 시작으로 < M. 버터플라이 >와 <라카지>에 출연하면서 ‘여장남자’의 대명사가 되었고, 뽀얀 살결 덕분에 ‘뽀드윅’이라 불렸던 조정석은 세 차례 출연으로 <헤드윅>을 대표한다. 이외에도 조승우, 엄기준, 송창의, 이석준, 윤도현, 김재욱 등이 <헤드윅>을 거쳐 갔으며, 2008년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헤드윅’을 뽑기도 했다.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은 공연이 끝나면 “입에서 단내가 날”(이준)정도로 고되지만, 배우 본인의 색을 가장 짙게 칠할 수 있고 이는 <헤드윅>이 단 하나의 작품이 아닌 열일곱 개의 작품으로 느껴지게 하는 힘이다.
오늘의 간식: 구미베어
자유를 갈구하던 헤드윅을 향한 미끼. 헤드윅이 더 가련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그녀가 사랑에 실패한 여자임과 동시에 경계인이자 소수자에게 암울했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동독에서 자유를 갈망했고, 자유를 얻은 1년 후에는 사랑을 잃었고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다. 아들에게 이름을 내어준 엄마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휘말려 생사를 알 수 없었고, 세르비아에서는 유태인이자 드랙퀸이었던 이츠학을 구출했다. 마릴린 먼로 사진과 성조기를 조각내 만든 옷을 입고, 존 레논의 ‘Happy Xmas (War Is Over)’에 맞춰 ‘세르비아로 와요 / 유태인도 크리스천도 / 모두 모두 오세요 / 끝냈어 인종청소’라 부르는 세르비아 캠페인 송은 헤드윅이 역사를 향해 던지는 ‘빅엿’인 셈이다.
노래를 배워봅시다: ‘The origin of love’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헤드윅의 마음을 그린 곡. 플라톤의 <향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곡은 철학적인 가사와 극적인 멜로디 진행,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한 애니메이션으로 관객의 감정을 움직인다. 뮤지컬에서는 헤드윅의 남자들이었던 루터와 토미가 등장할 때 연주되기도 한다. 70년대 유행했던 루 리드, 이기 팝, 데이빗 보위 등의 글램록을 기반으로 한 <헤드윅>은 <롤링스톤>에서 선정한 10대 록 영화음악으로 손꼽일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한셀이 불렀던 데비 분의 ‘You light up my life’는 공연 전 하우스 음악으로도 쓰인다. 8년째 음악감독을 맡은 이준은 배우들의 보컬 트레이닝 외에도 마이크 잡는 방법부터 록 제스추어까지 함께 전수했고, 2009년 윤도현이 <헤드윅>에 출연했을 때는 YB 멤버 모두가 무대에 올라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발바닥과 등을 타고 흐르는 비트는 너무 흥겹지만, 사실 <헤드윅>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건 체력이다.
심화학습: KBS Joy < XY그녀 >
신동엽과 홍석천이 MC를 맡은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토크쇼. 배우, 감독, 뮤지션, 만화가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헤드윅>에 열광했다. 장근석과 내 귀에 도청장치, 김장훈 등이 ‘헤드윅’을 커버했고 ‘The origin of love’는 MBC <소울메이트>에 중요하게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헤드윅>에 출연한 김재욱은 “관객이 불편해하면 좋겠다”는 말로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역설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던져버린 헤드윅은 마침내 혼란스러운 자아를 인정하고 ‘여성록커’와 자신을 위해 ‘넌 외로운 세상 지친 영혼, 지지 마라 포기마라’고 노래한다. 무대를 벗어난 진짜 헤드윅들의 삶에도 음악의 기적이, 자유의 기적이, 그리고 사랑의 기적이 계속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