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선, Like
보편적인 주인공의 영역에서 비껴나 있는 해외입양아와 나이 든 드랙퀸이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주인공들이다. ‘이방인’ 취급을 당해온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자 작품은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백인들만 사는 애틀란타의 한 가정에 입양된 조쉬는 어릴 적부터 “쓰레기처럼 버려졌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친모를 찾아 온 한국에서는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원강사 채용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우연히 조쉬의 조력자가 된 성소수자들은 “우리 여기 벗어나면 테러 당해”라며 자조적으로 쓸쓸하게 웃는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지구상에 만연한 차별을 보여주지만, 차별에 지지 않고 제 삶을 긍정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특히 <에어포트 베이비>는 17곡에 달하는 뮤지컬 넘버로 ‘신파’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장희선 작곡가는 유태인 가족에 입양된 조쉬에게 컨트리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외삼촌에게 블루스를 입혔다. 익숙한 장르가 예상하지 못한 것과 접목되었을 때 발견되는 새로움이 <에어포트 베이비>에 있다. “공항에서 배달된 에어포트 베이비”, “김밥도 천국이 있는데 날 위한 천국은 없네” 같은 새로운 시선의 가사 역시 오히려 담담하게 슬픔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영어와 한국어, 사투리는 수시로 섞이고 서로의 입장에 따라 오해되고 이해되면서 언어유희적 위트도 만들어낸다. 넘버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 뮤지컬.
숨 가쁜 퀵체인지, Dislike
많은 소극장 뮤지컬이 그러하듯, <에어포트 베이비> 역시 공간의 제약이 작품의 가장 큰 한계다. 친모를 찾는 조쉬의 여정이 서사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작품은 다양한 지역과 공간을 오간다. 애틀란타와 이태원, 그리고 목포. 공간으로만 따져도 공항과 딜리아 댈리, 김밥천국에 이르기까지 십여 개가 된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1층과 2층으로 구분된 세트 위에 영상을 투영해 공항이 목포행 고속버스가 되는 식으로 구체적인 공간을 그려낸다. 특히 조쉬 친모 집의 낡은 대문을 포인트로 부모에게 외면당한 조쉬와 딜리아의 서사 모두를 끌어안고 공간의 한계를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방식의 연출이 눈에 띈다. 하지만 개별적인 신들의 영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공간과 각기 다른 인물이 수시로 등장하는 만큼 장면 전환의 물리적 어려움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