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의 특징
①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1998년 초연된 뮤지컬.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과 르네상스 시대 계급문제를 동시에 다룬 작품.
② 2005년 당시 모든 이야기가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though) 형식이 낯설었던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프랑스 뮤지컬로, 이 작품을 통해 송스루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후 <돈 주앙>,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의 송스루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었다.
③ 두 차례의 내한공연 후 2007년 제작된 한국어버전으로 3년간 관객을 만났다. 현재는 해외투어팀의 영어버전이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직업병을 소개합니다: 허리디스크
절름발이에 척추장애를 가진 콰지모도를 오랫동안 맡은 배우들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병. 애꾸눈 때문에 두 눈의 모양은 달라지고 어깨도 삐뚤어지기 일쑤다. 초연부터 마지막까지 한국의 콰지모도였던 윤형렬은 수술을 받았을 정도. 콰지모도는 육체적 장애와 어릴 적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데 성당의 종과 에스메랄다를 통해 일종의 구원을 받는다. 그는 성당 앞에서 춤을 추던 에스메랄다에게서 자유를 보았고, 바퀴형틀에 묶여있던 자신에게 물을 건네준 그녀에게서 모성을 느낀다. 욕망했던 대상을 마녀로 몰고 간 프롤로 신부와 하룻밤 욕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버린 근위대장 페뷔스에 비해 콰지모도의 사랑은 마지막까지 순수했다. 특히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부르는 ‘Danse Mon Esmeralda’(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의 절절함을 느낄 수 있는 명곡.
노래를 배워봅시다: ‘Belle’(아름답다)
에스메랄다를 향해 세 남자가 부르는 세레나데. 불어로 아름답다는 뜻의 ‘Belle’은 탁성의 콰지모도와 프롤로의 단단한 목소리, 페뷔스의 고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제목 그대로 아름답다. 프랑스 뮤지컬은 사전에 OST를 발매해 곡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후 공연을 시작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 역시 공연 1년 전 곡을 발표해 1억 원 상당의 수입을 달성했고, 그 중 ‘Belle’은 44주간 1위를 차지하며 <노담>을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라임, 시적표현, 둥글게 말리는 불어 특유의 발음까지 가미된 프랑스 뮤지컬 넘버는 한국어 버전 공연 당시 개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게 했다. 가사만으로도 운율이 살아있는 54개의 곡은 윤상, 김동률, 박효신의 곡에 시적이고 철학적 가사를 주로 써왔던 박창학 작사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고, 배우들 사이 입에 가장 잘 붙는 뮤지컬가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박창학에게도 ‘Belle’은 역시 애증이 교차하는 곡이라고.
사자성어를 찾아봅시다: 괄목상대(刮目相對)
2007년 극중 해설자이자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로 등장한 박은태의 현재에 어울리는 사자성어. 최근 <엘리자벳>에서 깨알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의 루케니는 3년간 비슷한 캐릭터로 살았던 경험 위에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30만 명의 관객이 함께 한 <노담> 한국어 공연은 시장에 다양한 자극을 제공했다. 그중 배우 인큐베이터로서의 기능이 가장 돋보였는데, 최성희(바다)는 뮤지컬배우로서의 자신을 뚜렷이 새겼고, 가요를 하던 윤형렬과 성악도였던 전동석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프랑스의 원조 콰지모도 가루와 13년째 콰지모도로 살고 있는 맷 로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배우를 싱어와 댄서로 철저히 구분지어 활용한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외에도 <노담>은 중요성은 인정했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트라이아웃(공식 공연에 앞서 선보이는 일종의 사전공연)개념을 도입해 3달간 김해와 고양 공연을 마친 후 서울관객을 만났다. 총 30회의 공연은 많은 기술적 효과에서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었던 배우들의 캐릭터 몰입도를 높여 트라이아웃의 좋은 예로 기록됐다.
무게를 저울질해봅시다: 100kg
콰지모도가 치는 종의 무게. 30년간 무용극의 연출가이자 안무가로 활동해온 질 마으의 연출은 극단적이고 상징적이다. 특히 <노담>의 안무는 아크로바틱과 비보이, 현대무용이 혼합된 독특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라 부르는 노래처럼 인물들은 끊임없이 성당으로 표현되는 거대한 벽을 맨손으로 기어오르고, 10m 높이에서 와이어에 의지한 채 떨어진다. 특히 콰지모도가 “나의 마리아”라 칭하는 3개의 종에 오로지 팔과 다리힘으로만 버티는 아크로바트들의 움직임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케 한다. 이외에도 ‘La Fete Des Fous’(미치광이들의 축제), 정혼자와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고뇌하는 페뷔스의 심경을 표현한 ‘Dechire’(괴로워) 등에서는 안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집시 무리들이 노래하는 ‘La Cour Des Miracles’(기적의 궁전)에는 오리지널팀 오디션에 합격해 아시아 투어를 함께 하고 있는 비보이 이재범의 헤드스핀도 만날 수 있다.
심화학습: 7월 혁명
성직자와 귀족에 대항했던 프랑스 대혁명은 정치권력이 시민으로 이동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왕정복고가 제기되어 1830년 7월 다시 시민들의 봉기가 일어났으니 이를 ‘7월 혁명’이라 일컫는다. 이 시기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남겼다. 당시 병중이었던 들라크루아는 “싸우진 못하나 조국을 위해 그림을 그리려합니다”라는 말로 혁명을 지지했고, 위고는 러브스토리라는 연약한 표피에 프랑스 사회 깊숙이 자리한 계급의 불평등을 담았다. 장애와 지위, 상류층과의 약혼이라는 요소에 얽매여 있던 세 남자는 에스메랄다를 통해 자유를 갈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롤로는 안달루시아 출신 집시를 향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죄악”이라 말하고, 위기에 처한 페뷔스는 그녀를 버렸다. 아무 곳에도 속해있지 않았던 그랭구아르마저 콰지모도를 향해 “주제도 모르고 에스메랄다를 좋아한다”며 배척했다. 결국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외모가 아닌 추악한 내면을 고발하고, 성당을 습격한 집시무리를 통해 자유-평등-박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담>이 2012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