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박준규)의 하루는 잠잠할 겨를이 없다. 아침부터 자꾸만 뭘 빠뜨리는 교수님 부인(오정해) 때문에 정신이 없고, 한시름 놓았다 싶으면 여덟 살짜리 딸(주지원)이 친 사고 덕에 학교에 불려 간다. 집에 돌아와 이제 정리 좀 할라치면 어김없이 엄마(박지아)가 도도하게 찾아와 한바탕 준수의 신세에 대해 한탄을 하고, 퇴근 후 돌아온 부인과 얘기만 할라치면 통장아줌마(이선희)가 어느새 엿듣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사업실패 후 6년째 고시준비 중인 전업주부 준수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웃음 뒤에는 암이 도사리고 있다.
뻔한 이야기, 진한 눈물 6
사실 <여보, 고마워>는 모든 것이 뻔하다. 가족을 위해 헌신적이던 사람이 시한부 삶을 맞게 된다는 스토리는 물론이거니와, 그 안에 존재하는 주·조연 캐릭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정형화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픔을 가진 주인공은 언제나 그렇듯 낙천적이고, 그들을 응원하는 조연 캐릭터들은 뻔한 방식으로 웃음을 주고 뻔한 방식으로 감동을 준다. 이미 모든 것은 하나의 로직처럼 짜여져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그러한 관계망 안에서 살아가는 한 돌림노래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옮겨놓은 것 같”(오정해)은 생활밀착형 대사와 상황은 기어이 관객의 눈물을 훔쳐가고야 만다. 이는 역시 <친정엄마>, <줌데렐라>, <친정엄마와 2박 3일>과 같은 작품을 통해 “가장 편하게 잘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있다는 고혜정 작가 실화에 바탕을 둔 동명원작덕이다. 고혜정 작가 특유의 큰 힘을 주지 않고 수다 떨 듯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집이거나 옆집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겐 그래서 불편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그래서 더 편안할지도 모른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여보, 고마워>는 8월 21일까지 동국대학교에 위치한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